단편소설의 방

무한마담 일기 #3 -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든 지 두 달이 되었다

by Mihyang Eun

유한마담 [有閑madame]

생활 형편이 풍족하여 일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부인


무한마담 [無閑madame]

생활 형편이 풍족하지 않지만 일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여자




지난 5월 말 퇴사를 했다.


두 달 전인 3월, 천운영 선생님에게 소설 쓰기 수업을 처음 들을 때만 해도 회사를 관둘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간 적이 있었나. 나는 두 달 뒤 건강이며 여러 가지 문제로 회사를 관뒀다.


6월에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로 여행을 갔고, 이곳에서 수업을 들으며 썼던 단편소설을 고쳐 썼다.


7월 말엔 6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돌아오자마자 이상한 집주인을 피해 동선동에서 신림동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간신히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짐만 옮겨놓고 대구로 가서 엄마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게 8월이었다.


9월엔 대구의 작은 동네 책방 #더폴락명태 에서 독립출판으로 책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10월 6일, 나의 첫 번째 책이 완성되어 집으로 왔다.

그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했다.




글쎄 제가 작은 책을 한 권 만들었지 뭡니까.
그 작은 책들이 집으로 왔지 뭡니까.

단편소설방 001 : 모자이크
가격 : 7,000원
구입문의 : mia.eun@gmail.com

소규모 책방 몇 군데에도 입고를 신청하여 볼 예정입니다.
1권도 우편 배송해요.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엮은 책을 단편소설집이라 부른다. 단편 여럿이 사는 곳이 단편소설의 집이라면, 단편 딱 하나가 사는 곳은 단편소설의 방이다.


첫 단편소설방에 세 든 소설 이름은 <모자이크>다. 성인영화 모자이크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진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집을 얻을 형편이 못돼 단편 하나 들어갈 만한 작은 단칸방을 우선 마련했다.

계속 소설을 써서 그것이 머물 방을 하나씩 마련해줄 작정이다. 기형도 같은 시인도 글을 쓰게 하는 힘은 '청탁'에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소설 청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 스스로 청탁하려고 한다.

입금되면 몸의 무게를 3분의 1로 줄이거나 두 배로 불리고, 마감일이 되면 어떻게든 원고를 넘길 프로들과는 아무래도 다를 게 분명해서 스스로 하는 청탁과 글쓰기에도 이름을 붙였다.


"감탄고토 프로젝트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써서 뱉은 글들을 보고 한 명이라도 감탄한다면 계속 써서 뱉고 싶다.

제 방에 놀러 오신 것을 환영한다. 누추한 방이라 부끄럽지만, 또 놀러 오시면 좋겠다.

2015년 10월



두 번째로 준비 중인 책은 11년 전 싸이월드에 남겼던 여행의 기록을 모아 지금의 이야기를 보태 만드는 흔해 빠진 여행책입니다.


싸이월드가 몇몇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했었죠! 하하




동네책방 몇 군데에서 고맙게도 서가에 내 책 자리를 내어줬다.

누가 펼쳐나 보는지는 아직 모른다.


대구 북성로 : 더폴락명태

포항 효자동 : 달팽이책방

부산 장전동 : 샵메이커즈

부천 심곡본동 : 카페 5킬로미터

서울 성동 : 책방이곶

서울성동 : 프루스트의 서재

서울 해방촌 : 스토리지북앤필름

서울 회기동 : 책방 오후다섯시

서울 염리동 : 퇴근길 책한잔

서울 북촌 : 책방 무사

서울 한남동 : 다시서점

서울 성북동 : 오디너리북샵

서울 동교동 : 짐프리

서울 연남동 : 헬로인디북스

제주시 일도1동 : 라이킷

제주시 일도1동 : 왓집

제주시 종달리 : 소심한 책방


독립출판의 묘미가 한껏 살아있는 표지


손으로 그린 저 육면체의 방 안에 단편소설 하나가 살고 있다
엄마는 처음 내가 쓴 소설을 읽고 '남동생에게는 보여주지 말라'고 하셨다
부표지
서진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을 쓰고 완성하기까지 꽤 오래 걸려서 이 소설을 쓰며 머물렀던 공간도 많았다
그 장소들을 책 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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