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보다 아이슬란드 #39
블루라군에서 돌아와 첫날 묵었던 센터호텔 씽홀트 맞은편 길가에 있는 로프트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온천을 마치고 레이캬비크로 왔을 때는 이미 시간이 꽤 늦어 많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 있던 직원에게 늦게까지 문을 열고 맛도 있는 식당 몇 군데를 추천 받았는데, 그중 베가못(Vegamot)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직원이 '아이슬란드 전통음식은 아니지만'이라고 했는데, 나는 사실 아이슬란드 전통음식에 대해 크게 기대도 미련도 없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엔 칼디(Kaldi)라는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내가 앉은 자리 정면에 앉아있던 여자가 예뻐서 일행들 사진을 찍으면서 같이 좀 찍었는데, 아무래도 들킨 것 같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장소와 사람을 불문하고 항상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돌아가고 싶으면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그곳을 올 수 있을지 어떨지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아쉬움, 거기에 있으면서도 거기를 그리워하게 되는 (떠나기도 전에 느껴지는) 향수가 공존한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것이 살아 있는 동안의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른다면, 영원한 안녕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어쨌든 영원한 이별에 대비한 인사도 해두고 싶어진다. 그런데 레이캬비크에는 그 인사를 해두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의 다른 멋진 장소들만큼, 다른 아름다운 길들만큼, 레이캬비크라는 도시에서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나는 꼭 다시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것이므로, 아직 영원한 안녕을 고하기엔 일렀다.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