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대구역 약국에 자주 갔다

무한마담 일기 #6

by Mihyang Eun

급체를 했다.


동대구역 약국에서 약을 샀다. 일전에도 목에 담이 왔을 때 동전파스를 직접 붙여준 적이 있는 할아버지 약사는 오늘도 내가 알약을 먹는 동안 가루약 봉지를 뜯어놓고 기다리다 내게 건네주셨다.


"탁 털어넣어."라고 말하는 그 할아버지 약사가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싶고 보니 나는 동대구역에 있는 그 약국을 적지 않게 갔다.


대구에서 지내다가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려할 때면 자주 어디가 불편했다. 몸에 담이 걸리거나 체했거나 배탈이 났거나, 혹은 환절기에 늘 구비하고 있는 알레르기 약이 떨어졌거나 하는 식이었다.


비행기 이착륙 시 압력조절 실패로 생기는 항공성 중이염 증상이, 꼭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여행 가는 길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착륙할 때만(이륙 시에도 겪어보지 못했다) 나타나는 것처럼, 대구를 떠나기 위해 기차를 탈 때가 되면 몸의 어딘가에 이상 신호가 생기곤 했다.


작년 5월 말 회사를 그만 두고 여행을 다녀와서 8월 중순부터 대구에서 엄마와 지냈다. 대구에 갈 때 생각했던 것보다 백수 기간이 길어져 벌써 5개월이 됐다.


그리고 이제 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를 고향으로 두고 서울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기차를 자주 타는 편이다. 수원을 경유하는 KTX는 일반 KTX보다 30분 정도 더 걸리는 대신 만 원 정도 싸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걸 탄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희한하리만치 내가 탔던 기차칸의 사람들이 모두 수원역에서 내렸다.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바깥의 서늘한 기운이 기차 안에까지 전해져서 오는 내내 외투 한 번 벗어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 버린 기차칸의 온도와 풍경이 너무도 생경했다. 늘 타던 기차인데도 나는 내가 기차를 잘못 탄 건 아닌지, 여기가 사실 종착역인데 나 혼자 더 가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며 두리번거려야 했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해 오랜만에 혼자 자는 밤이다. 하루종일 먹은 게 없어 배가 고프고 자야 하는데 잠들지 못해 눈이 따갑다.


배가 아프면 처음에는 배꼽이 등 뒤로 가서 붙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오래 지속되면 뱃속이 뻥 뚫려버린 듯해진다. 새로 산 독서등이 어둠 속에서 빛이 미치는 범위만큼만 동그랗게 비추듯이 온 신경이 뱃속을 동그랗게 비춘다. 그리고 그 작은 원 안에, 뻥 뚫린 뱃속에 엄마가 보인다.



일을 구해야겠다고 말했던 순간부터 엄마는 뭐가 먹고 싶냐고, 가기 전에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자고, 그 얘기 뿐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 배가 아프다. 엄마가 오래 전 열 달 동안 나를 품었을 그 배 언저리가 자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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