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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Nov 11. 2019

음식 이야기 - 도토리묵 만들기(1)

뉴질랜드에서 한국보다 더 한국스럽게...

지금 뉴질랜드는 봄이다.

겨울이 되면 봄이 기다려진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고... 여름이 오면 꽃이 피고 오이가, 호박이 주렁주렁 열릴 테니까...

여름이 오면 은근히 가을을 기다린다.

여기저기서 톡톡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산책하는 나의 발길을 잡는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어디를 가나 도토리나무가 참 많다.

oak tree라고 불리는데 집이나 가구를 만드는 목재로도 쓰이고 가정에서 벽난로용 장작으로도 많이 사용을 한다.


한국에서는 도토리를 줍지 말자는 캠페이도 한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주워가고 나면 들짐승들의 먹을 것이 없다고...


이곳에서는 가로수로도 도토리나무가 심어져 있고,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대학 캠퍼스 안에도, 많고 많은 이곳의 공원에도 어김없이 도토리나무가 있다.

도토리가 다 떨어질 즈음이 되면 공원 관리자가 잔디 깎는 차를 몰고 다니며 잔디와 함께 도토리도 모두 쓸어 담아 퇴비를 만든다.

어차피 그렇게 해도 미처 쓸어 담지 못하는 도토리와 다른 열매들이 지천이어서 들짐승들의 먹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니까...


가을이 되면....

교민들은 도토리를 주워서 도토리묵을 쑤어서 특별한 날이 되면 서로 나눠 먹곤 한다.

요리를 좀 한다는 분들의 집에 가면 꼭 빠지지 않는 메뉴가 바로 뉴질랜드표 도토리묵이다.

이곳 뉴질랜드에서 도토리묵을 만든 무용담? 은 식탁의 화젯거리가 되곤 한다.

그 쌉쌀한 맛은.... 고향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다.

가끔 한국에서 가져온 도토리묵 가루로 만들어 먹었어도 옛맛을 느낄 수 없었는데...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에서 그 맛을 볼 줄이야~


작년까진...

그렇다고 내가 직접 도토리를 주워 도토리묵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도토리를 주어다가 묵을 쑨다는 것이 엄두도 안 났지만 시간 여유도 없었고 더군다나 그것은 특별한 분들의 특별한 요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런데 지난가을에 가까이 있는 지인이 도토리를 주워서 도토리 묵을 쑤웠다고 가져왔다.

조금 떼어먹어보니... 정말 도토리의 알싸한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런 맛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딸들이 먹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나와 남편만 먹을 요량으로 양념간장을 만들어 도토리 묵 위에 뿌리고 김을 부셔 올리고...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딸들은 그 쌉쌀한 도토리묵의 맛을 좋아했다.

나의 딸들의 입맛을 누가 말리겠는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인 것을...

번데기도 잘 먹고 순댓국도 없어서 못 먹는 딸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해 전부터 산책을 하면서 발에 치이는 것이 도토리여서 남편과 여러 번 우리도 도토리묵을 만들어 볼까? 하고 지나가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특별히 둘째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될 것 같다는 한마디에 도토리를 주워올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래서 지난가을에(3~5월경이 이곳에선 가을이다)...

도토리가 한창 떨어지는 시기가 한두 주가 지난 어느 날부터...

산책을 나갈 때면 어김없이 도토리를 주어남을 작은 가방을 들고나갔다.


그렇게 나의 도토리묵 만들기의 첫 도전은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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