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 한 톨... 손으로 도토리를 까다.
그렇게 나의 도토리묵 만들기는 시작되었다.
일단 도토리를 주워와야 했기에... 가까운 공원으로 호기롭게 출동했다.
시장 갈 때 가지고 다니는 부직포로 만든 시장바구니를 옆에 끼고...
위풍당당하게 출발을 했지만 그래도 이곳에선 다람쥐나 들쥐들이 먹는 도토리를 줍는다는 것이 어쩐지 좀 쑥스러워서... 가능하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갔다.
지인들이 이곳에서 가장 큰 공원에서 도토리를 줍고 있는데... 이곳 키위들이 지나가다 묻더란다...
"그건 왜 줍니???"
"음~....,..."
순간 무어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더군다나 오지랖 많은 키위들은... "다람쥐가 먹을걸 왜 줍냐?"라고 하기도 한다고...
정말 누가 나에게 "왜?"라고 묻기라도 하면 어쩌지 싶어서...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안 다니는... 그렇치만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있는... 그곳으로 갔다.
(*키위... 뉴질랜드에 태어나서 사는 사람들을 키위라고 부른다. 우리 딸들은 코리언 키위인셈이다.)
정말 지천에 도토리가 널려있었다.
한국 도토리보다 크고 겉껍질이 얇은 것 같은데, 어른 엄지손가락 반 정도 되는 것들이 많았다.
첫날은 떨어져 있는 도토리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것으로 주워왔다.
집에 와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야외용 돗자리를 펴고 말렸다가 비닐봉지에 넣고 망치로 두들긴 후에 앉아서 하나하나 겉껍질과 가능하면 속껍질까지 작은 칼로 깠다.
첨에는 무조건 다~ 주워왔는데... 껍질이 얇다 보니 떨어지고 얼마 안 되어도 벌써 작은 벌레들이 생기고 꺼멓게 썩어 있었다.
'아하~~ 그래서 도토리묵 선배들이 톡톡 떨어지는 것을 주워야 한다고 한 것이로구나~'
그런데 일일이 손으로 하나씩 까야하는 것이 여간 번거롭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일주일 정도 주워와서 큰 사발로 4개 정도 깠다.
더 이상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 포기하고... 텃밭에 있는 거름통에 넣어버렸다.
'다시는 하나 봐라~ 이건 할 짓이 못돼!!' 하면서...
한 사발씩 비닐봉지에 넣어서 냉동고에 넣어버렸다.
어찌나 까기가 힘들었던지... 묵을 쑤기조차 싫었다고나 할까....
첫딸의 서른 번째 생일날....
한창 움직임이 왕성한 15개월 손주를 데리고 식당에 간다는 것이 상상만으로도 어지러워서...
"집으로 와~ 엄마가 해 줄게... 울 딸 특별한 생일이니..."
그리고 메뉴를 정하는데 문득 냉동고에서 냉동 수면 중인 까놓은 도토리가 생각이 났다...
'그래 한번 만들어보자~ 사위야 못 먹을 수도 있겠지만... 울 세 딸들은 모두 안 해줘서 못 먹는 것이니..."
그렇게... 생일상을 차리기 이틀 전에...
냉동고에 있던 도토리를 꺼내 여러 번 물을 바꿔가며 쓴 물을 뺐다.
'정말... 도토리 묵이 만들어 지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