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하하~"
둘째와 함께 욕실에서 화장을 지우며 옛 추억을 끄집어내다가 나는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그게 언제였던가?
사위인 로빈까지 있었다고 하니 큰딸이 결혼을 한 게 2015년 12월 말이었으니까...
3~4년 전이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8 식구가 중국식당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고...
사위까지 한자리에 앉았으니 아마도 내가 기분이 up~~ 되었던듯하다.
어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 딸들을 보며 한 명 한 명에게 한 마디씩 덕담?을 해 주었던 기억은 난다...
울 둘째의 기억으로는...
"린다(큰딸)는 이쁘고 뭐 그렇다기보다는 참 잘생겼어~ "
"앤젤라(막내)는 참 머리가 좋고...."
"케서린(둘째)은 참 성격이 좋아~"
린다는 로빈에게 내가 한 말을 영어로 통역을 해주었고...
로빈을 비롯해 모두는 케서린의 눈치를 보다가... 요즘 말로 빵 터졌었다.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였던 어머니와 나는 열심히 부연설명을 했고...
딸들은 엄마가 무슨 뜻으로 말은 한 건지 안다고 하면서 로빈에게 설명이 이어졌고 그때서야 로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참고로... 둘째와 막내는 일란성쌍둥이다.)
그날의 일은 '아무 일'이 아닌 것이었기에 내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둘째가 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진...
가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울 엄마가 나보고 성격이 참 좋데~"라고 하면...
동료들은 눈이 동그레 지며 "어머~ 너네 엄마 너무 한 거 아냐?"라고 한다고...
나는 의야하다는듯이 되물었다. "왜? 성격이 좋다는 게 문제가 돼? 엄마가 너무 할 정도로???"
딸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동료들 한데도 엄마의 진심을 이야기하며 말 그대로 '나의 성격을 칭찬한 것'이라고 한다고...
그러면서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진짜 성격은 좋지~"라고 하면 동료들이 까르르 웃어버린단다.
둘째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예를 들어, 누가 사진을 올렸는데 얼굴도 별로고... 어디 딱히 칭찬할 곳을 못 찾을 때...
하는 말... "어머~ 성격 좋게 생겼다~~"라고 댓글을 달아준다고...
참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댓글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가? 오죽하면 일부 사이트에서 댓글을 없애려고까지 할까...
사람이 죽고, 진실이 묻히고, 사실과 거짓이 뒤바뀌고, 부풀어지고, 지극히 개인적인 과거에 과거까지 까발려지고...
물론 이것은 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둘째에게 들은 말처럼... 칭찬할 것을 못 찾았을 때..."참 성격 좋게 생겼다~"라고 한다면 그 댓글을 보고 세상 등질 생각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잠시 기분이 나쁠 뿐...
둘째와 그날 일을 크게 한번 웃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로 돌아와 잠시 나를 되돌아봤다.
24년을 살고 있으면서도... 나의 한마디에 중국계 뉴질랜더인 사위 로빈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으니...
딸들의 설명이 있기까지 아마도 로빈은 둘째의 동료들처럼 찰나일지언정 "딸에게 어떻게 저런 말을???"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다행히 딸들이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고 한국어로 엄마와의 소통에 문제가 없으니 망정이었지 정말 큰일 날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또 다른 상처들을 딸들에게 준 것은 아닐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내 기억 속에는 좋은 추억이었지만, 상대방에게는 아픔과 상처로 남아있는 것은 없을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밤이었다.
부디, 나의 진심만이 모두의 가슴에 세겨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