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24년째 살고 있다.
어디에 살던지...
살아가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삶'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의 줄임말'이라고...
사람이 살아가는 삶 속에는 늘 그렇듯이 가벼운 풍랑에서부터 거친 파도까지 존재하는 듯하다.
풍랑이 일고 거친 파도가 칠 때면... 그 속에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 깊은 파도 속에 휘말려 버린다는 것을 살면서 터득했다.
그렇다고 무슨 도인도 아니고... 산속에서 혼자 도를 닦을 수도 없는 것이고...
설령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산다고 해도... 나 혼자만의 삶이라고 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나도 결국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더욱이 각자에게 맞는 지혜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한듯하다.
언제부턴가 나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다.
물론 스트레스라는 것이 정신적인 것이니까... 완전히 육체적인 것으로...
그런데...
인간이란 어찌나 약은지... 그것을 또 새로운 피신처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몇 개월 나는 풍랑을 만났다.
물론 누군가가 들으면 호강에 겨운 소리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자식의 도전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나는 또 나만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고~ 갖가지 양념을 만들었다.
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도 늘 술이 생긴다. 진열장에 가지런히 모아 두고 냉장고 한쪽을 차지하던 술들을 모아 '요리용 맛술'을 만들고...
맛간장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서 이집저집 나눠주고...
비빔양념장도... 맛집 버전, 김수미 버전, 백종원 버전... 이렇게 여러 병을 만들고...
일식 주방장에게 직접 전수를 받았다는 메밀 소스도 2L 넘게 만들고...
시간의 지나고...
딸들의 도전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고 나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돌아왔다...
남은 게 있다면... 엄청난 양의 소스들....
살면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나는 늘 스트레스를 받는 풍랑 속에 갇히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무언을 하며 열심히 몸을 썼고...
그래서...
올려놓을 수 있는 모든 거실과 주방 공간은 작은 꽃화분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다 내가 꺾꽂이를 하던가... 분양을 받아 직접 키워 만든 것이고...
그 꽃화분 아래에는 갖가지 색깔의 손뜨개한 컵받침이 깔려있다.
그것은 또 다른 풍랑이 만든 결과물이고...
텃밭에는...
한국 오이, 한국 고추, 부추, 여러 종류의 호박, 산나물 3 총사, 돌나물, 미나리, 허브들, 고수, 방앗잎, 깻잎, 파...
포도나무, 레몬나무, 귤나무, 사과와 배나무, 블루베리 그리고 피조아...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한두 그루씩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
물론 이것들도... 풍랑이 한번 칠 때마다.. 하나씩 늘어난 것이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의 풍랑들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힘겨운 시간 들이었다기보다는 멋진 선물을 가져다준 시간들인 셈이었다.
이상하게도... 각각의 선물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 풍랑들이 기억나질 않는다..
그냥 내 옆에 있는 반가운 선물만 눈에 들어올 뿐...
그렇다고... 또다시 풍랑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지금의 이 평온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
그러나 또다시 풍랑이 찾아온다고 해도... 훗날에 생길 멋진 선물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