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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Dec 03. 2019

도심 속 트레킹~

Riccarton Bush

내가 사는 크라이스트처치는... 이쁜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정원의 도시...

닉네임처럼 정말 어딜 가나 크고 작은 공원들이 많고 산책을 하다 보면 집집마다 손수 가꾼 이쁜 정원들이 발길을 잡는다.

오늘은 남편과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오다가 집 가는 길에 있는 Riccarton Bush라는 수목원에 갔다.

집 가까이에 있어서 자주 올 수 있는데도... 올 때마다 '자주 옵시다~'라고 할 뿐, 몇 달 만에 오게 된다.

사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완전 주택가에 살고 있는 나는 동네만 돌아도 그게 그거니까... 굳이 차를 타고 나와서까지 산책을 하지 않아서 더욱더 그렇다.

참 부부라는 것이~ 오래 살면 닮는다고... 우리는 둘 다 '집콕~ 방콕~'을 좋아한다.

그래도... 오늘처럼 생각해야 할 일이 생길 때면... 우리는 이렇게 공원을 걷는다...

집에서는 맘이 복잡해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결정도 못하면서 둘 다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그런 날엔... 이렇게 나와 걸어야 한다.

이 수목원은 영국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이 오던 초창기... 1800년도에 이곳에 정착을 한 집안에서 후손들이 시민들을 위해 기증을 하면서 수목원도 만들고 초기에 살던 집은 초창기 생활모습을 그대로 복원해서 그 시절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나중에 지었다는 큰 저택은 카페로도 사용하고 있고 거실과 2층 침실 등은 살던 그 모습대로 복원을 해서 일반인들이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민속촌에 있는 조선시대의 어느 대갓집 느낌이랄까...


참 대단하지 않은가?

한 동네를 만들고도 남을 엄청난 크기의 땅을 사회에 환원을 해서 공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나는 아직 살던 집까지 구경을 해보진 못했다.

그저 입구에 있는 초창기에 살았다고 하는 작은 집에 들어가서 밀랍인형과 그 시대 생활했던 모습들을 유리 너머로 구경을 했을 뿐...

이곳을 개척했던 초창기의 이민자의 모습... 아주 작은 공간에 간소한 살림살이...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살면서 개척을 했다는 것이...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그 집을 지나면 수목원이 나온다.

이중으로 된 문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렇게 저렇게 나있는 길을 따라 다 돌면 30분 남짓되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크게 한번 작게 한번 걷는다...

아무리 햇볕이 쨍쨍 찌는 날이어도 그곳에 들어서면 선선하다. 하늘을 치솟은 나무들 탓에 햇볕이 미처 나에게 까지 미치치 못한다...

나무가 많고 조용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더 조용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 워낙 사람이 많지 않은 도시여서... 운이 좋으면 온전히 우리 둘만이 걸을 수도 있는 그런 곳이다.

완전히 자연적인듯하다가도... 여기저기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고... 혹여 미끄러질까 나무로 만든 길에 깔아 둔 깔판이 정겹게 다가온다.

자연을 해 치치 않으면서도 나를 아니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배려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정겨움...


그리고 만나는 많은 나무의자... 그 의자엔 어김없이 금색의 명패가 붙어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분들이 남기고 간 선물인 것이다.

참 멋지지 않은가?

생전에는 이곳에서 위로를 받았을 누군가가 떠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남기고 간 선물이라니...

그곳에 앉아 또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것이고...

나는 마음 복잡해서 찾은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유언을 남겼다.

남편에게...

나도 이담에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이렇게 의자라도 선물하고 싶다고...


굳이 금색의 명패에 내 이름을 새겨 넣을 필요는 없다.

오늘 이곳에서 받은 평안을 나도 훗날 이곳을 찾을 누군가의 위로와 평안이 되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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