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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nzarirang
Dec 03. 2019
바비큐 타임? 삼겹살 굽기~
이곳은 지난 금요일이 Canterbury Anniversary Day(캔터베리 쇼우 데이)였다.
뉴질랜드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만의 특별한 공휴일이 있는데 지난 금요일은 우리 지역만의 공휴일이었다.
낙농업 국가답게 이날이 되면 특별한 행사를 한다...
올해는 둘째와 막내(이렇게 부르는 것도 좀 이상하다. 둘째와 막내는 쌍둥이니까..)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곱게 차려입고 나갔고... 나와 남편은 혹시 집을 누가 훔쳐라도 갈까 봐 집을 지켰다.
사실 이곳에서 24년째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알레르기가 심해서 가능하면 봄철에는 야외 공원에는 잘 나가지 않기도 하지만 특별히 Show Day 행사에는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참여한다고 하니... 더더욱 아쉽지만 못 갔다.
지인과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타임까지 하고 들어와서 조금 무료하게 있을 즈음에...
큰딸에게 카톡이 왔다.
"엄마~ 혹시 삼겹살 먹고 싶어?"
"ㅎㅎ 오숑~ 울 집에서 바비큐 파티나 합세~"
둘째를 가진 큰딸은 임신만 하면 유독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요즘은 손주를 봐주는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진 너무 양념이 진하지 않은 것으로 딸 저녁을 챙기는 중이다.
아마도... 금요일에는 삼겹살이 당겼던듯하고...
삼겹살은 큰딸이 오다가 한인마트 안에 있는 한인 정육점에 들러 생삼겹을 사 오기로 하고...
나는 텃밭으로~
우후죽순으로 나온 코리엔더(고수)를 한 바구니 뽑아왔다...
그 냄새라니... 정말 자식들만 아니면 만지고 싶지도 않은 야채지만... 어쩌겠는가?
남편과 나만 빼면... 울 딸들은 물론이고 중국계 뉴질랜더인 사위까지도 없어서 못 먹는 것을...
그래서 첨으로... 고수 생저리까지 했다...
텃밭에 한창 초록 초록하게 싹이 올라온 야채들에.... 야들야들하게 덩굴을 만들고 있는 더덕잎...
거기에다 며칠 전 살짝 데쳐서 물을 갈아가며 쓴 물을 빼고 있는 머윗잎쌈....
길쭉길쭉하게 올라온 돌나물 무침~
지난가을에 텃밭에서 따서 담근 고추지 무침~
지인이 가져다준 버섯 구이~
남편을 위한 양배추 찜...
그리고 사심 가득한 쫄면까지...
한상이 차려졌다....
이제 손주까지 모두 모이면 일곱 식구가 된다.
12개의 눈동자는 모두 19개월 손주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
요 작은 녀석이 우리 모두의 맘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모여... 남편은 삼겹살을 굽고... 사위는 아내와 아들을 챙기느라 자기 입에는 미처 고기를 넣지 못하고...
딸들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연신 수다를 떨고...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바비큐 타임은 저녁 8시가 넘도록 훤한 뉴질랜드... 깊어가는 봄을 가득 채웠다.
올 때는 반갑고~ 갈 때는 더... 반갑다는...
손주 보내는 방법...
"어머!!! 벌써 8시가 넘었네~ 이제 세비는 잘 시간이 되었구먼..."
이 한마디에 큰 딸네는 부랴부랴 갈 준비를 하고...
손주는 손을 흔들며 이른 인사를 한다...
"바이~~ 바이~~~"
나는 분명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분명 한국인이다...
나의 밥상은... 태평양을 건너 살고 있는 내가... 우리 가족이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울 손주의 밥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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