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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Dec 03. 2019

부모님께 봉투를?

너도 그걸 알아?

둘째가...
자기를 담당하고 있는 비서가 놀라 묻더란다.
"너도 그걸 알아?"라고....

둘째를 담당하고 있는 비서가 아시안계 내 또래의 부인인데...

베트남계인 듯도 하고... 확실하진 않지만...

만나기만 하면 아들 자랑, 딸 자랑을 한다고 한다.


아들은 북섬에서 의사를 하고 있고...

딸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 와서 하루의 일과를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딸의 이야기는 반쯤 정도부터 화면에서 눈을 떼고 귀를 기울였으니까...


뉴질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둘째와 막둥이...

내가 제일 잘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둘에게 한국어를 아주 완벽하게 전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한국의 어느 가정집처럼 우리도 도란거리며 한국어로 전혀 벽을 느끼지 못하고 시원하게 수다가 가능하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집 아들은 부모가 있는 집에 오기만 하면...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자제하며 엄마와 함께 텃밭에 나가 일도 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상의 이야기도 해주곤 한다고...

그런 아들이 너무 고맙다고 하며, 더욱이 올 때마다 용돈을 두둑하게 주고 간다고 자랑 자랑하더라고...


둘째는...

자기도 아직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며...

부모님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고...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뒷바라지해주신 그 은혜가 감사해서...

용돈을 드리곤 한다고 했더니...

그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너도 그걸 알아? 그런 정서를 어떻게 알아?" 하더란다.


이곳 서양문화와 동양문화는 그렇게 다르다.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이런 소소한 것들이 놀랄 정도로 말이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아이스러운 짓'이 되어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고...

그럼에도 당당하게 부모와 함께 산다고 말해주는 딸이 있어 고맙다.


안에서 사용하는 바가지와 밖에서 사용하는 바가지가 다르다고...


어제는...

퇴근해서 온 딸이 웃으며 "보너스 나왔어요~~~ 세금 떼고 나면 뭐... 그래도 모두 두 분께 바치오리다~"

남편은... "으그... 일단 통장에 잘 넣어두고..."

나는..."앞으로 돈 관리는..."

하면서 때 아니게 잔소리 타임이 되어버렸다.

통크고... "내가 쏠게~~" 소리를 밥 먹듯 하는 둘째이기에...

물론 둘째는 가족에게만...이라고 단언 하지만...

우리는 의심의 눈초리를 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법야~"

그랬더니 둘째... "ㅎㅎ 난 밖에선 다른 바가지를 사용해요~"


영어로는 딸에게 제대로 된 잔소리 한번 못하는 건 당연하고...

이제는 한국말로도 우리 딸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 그렇게 다른 바기지를 사용하며 살렴... 그리고 부모를 생각해 주는 그 맘이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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