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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Dec 04. 2019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산책의 이유

언제부턴가 어떤 주제로 모임을 하던지 꼭 마무리는 '건강 이야기'가 돼 버렸다.

어제도 저녁을 먹고 우리 집에서 모인 모임이 끝나고...

바로 시작된 것이 건강 이야기였다.

모두 40대와 50대여서 그런지 어디 한 군데 안 아픈 사람이 없었고...


색깔이 다른 다이어트

어제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다이어트였다.

물론 20대였을 때의 다이어트와는 완전히 색깔이 다르지만 말이다.

당뇨 초기여서 살을 빼야 하고...

퉁퉁 붓는 것이 거북해서 빼야 하고...

발바닥이 아파서 오래 서있기가 힘들어서 빼야 하고...

저마다 간절함이 있는 다이어트다.


어떻게 뺄 것인가?

한분은... 밥과 빵을 완전히 안 먹는 방법인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10주 정도 해보려 한다고 했다.

요즘 한국에서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법이라고 하면서...

며칠 해 보니까~ 몸도 가벼워지고 더 좋은 것은 지방을 듬뿍 먹어서 힘이 펄펄 난다고..

한분은... 가능하면 주전부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밥이나 빵도 좀 줄이고...

이렇게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럼 나는

아침엔...

우유 200ml + 바나나 반쪽 + 아마씨 한 스푼 + 브라진 넛트 1개... 요렇게 넣고 휘리릭 갈아서 마신다.

점심엔...

빵 2쪽 + 땅콩버터 + 아보카도 반개 + 과일에 토마토와 셀러리를 간 것과 함께 먹고..

저녁엔...

밥은 거의 안 먹지만... 한식으로 한상차림을 해서 먹는다...

하루한끼 한식.. 요건 양보 못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생각해도 뺄 게 없다.

그러다 문득...

요즘은 좀 덜하지만 일주일이면 두세 번씩 야식을 먹었다.

물론 많이는 아니지만...

"MSG가 당기지 않아?" 하면서 한인마트에서 사다가 한 박스 채워놓은 라면을 끓여서 먹곤 했는데...

이것까지 못하면 삶의 낙이 무엇일꼬~~ 하며 혼자 푸념을 했다.


아침산책을 시작하다

딸들이 출근을 하면 동네를 돌자고 해 놓고도...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목표를 가지고 해보자고 했다...

일명 '겨울 준비 프로젝트'...

우리 집에서 20분만 걸으면 대학이고... 대학 캠퍼스 입구에 무성한 소나무들이 있다.

바람이 불면 어른 손바닥만 한 무지막지하게 큰 솔방울들이 한두 개씩 떨어져 있고...

겨울에 벽난로 땔감으로 주워 오자고 했다.

오늘 아침부터 어슬렁어슬렁 걸어가서... 서너 개를 주워 담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길은 대학교수 식당이 있는 공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왔다 갔다 40분 정도밖에 안 걸려서 운동이 될까 싶지만...

꼬불꼬불 공원을 돌아 형형색색 꽃들도 감상하고...

아직은 점찍어 놓은 것 같은 도토리도 확인하고...

인생이 뭐 별거 있나?

다이어트는 하고 싶다.

발바닥에 병이 생겨서 오래 걷기도 힘들고...

꽉 조이는 신발도 양말도 신으면 불편하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니 몸무게를 줄여서라도 하고 푼 일은 하고 싶다

그래서 몸무게의 앞 자릿수를 바꾸고 싶다는 소망은 있다.

이팔청춘이 아니니 안 먹는 다이어트는 안되고...

야식도... 한국 드라마를 보려면 조금 먹어줘야 하니까 이것도 딱!!! 끊기는 힘들고...

그냥 조금씩 맛이라도 보는 수준으로 먹어야지 싶다.


아침 산책의 첫날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인생이 뭐 별거 있나?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모두 출근도 했고... 점심 먹고는 손주도 봐주러 가고... 이러면 된 것이지... "

다이어트에 자신이 없는 나는 남편에게 혼잣말처럼 주절거렸다.


PS. 몇 살이나 됐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내 주먹 2개를 합친 것 만한 잣을 듬뿍 품은 솔방울들을 메달고 있더니...

올해는 아무리 쳐다봐도 한 개도 없다.

문득... 나무의 얼굴과 마주했다.

분명 얼굴이다.

쌍꺼풀이 깊이 파인 부리부리한 눈에...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 같은 입까지...

오랜 세월 한 곳에서 모두를 내려다보았을 나무를 보니...

우리의 상념들이 다 부질없구나 싶었다.

몇백 년에 비하면 우리의 몇십 년은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몇백 년을 살 것처럼 살고 있으니...

아침 첫 산책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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