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24년을 남태평양 건너와 살고 있으니... 요즘 한국도 얼마나 변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 날이 없어서 그런지...
갖다 붙이기를 너무 잘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너무 남용을 해서 특별함을 희석시키지도 않고...
Baby Shower
24년 전에도 있었을까?
나는 이곳에 와서 10년 정도는 Kiwi교회를 다녔다.
(Kiwi는 뉴질랜드인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키위들에게 둘러싸여 쌍둥이를 낳기도 했고...
아마도 다른 산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베이비 샤워'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낯선 문화와 불통인 언어 때문에 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선...(물론 한국에서도 할지도 모르지만...)
예정일이 다가오면 '베이비 샤워'를 한다.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이 모여서 음식도 나누고 게임도 하고... 신생아를 위한 선물도 주고...
물론 이곳에선 대부분 모임이 '포트락'이어서 오는 사람들이 한 접시씩 음식을 해 오기 때문에...
어떤 모임이든 모임에 대한 부담은 없다.
아기 성별 파티
'베이비 샤워'가 출산이 임박해서 하는 것이라면, '아기 성별 파티'는 좀 이른 5개월쯤에 한다.
이곳에선 3~4개월쯤에 처음 초음파를 해서 아기와 산모의 건강유무를 체크하고 5개월이 지나면 또 초음파를 하는데 그때 원할 경우 아기의 성별을 알려준다.
아기의 성별을 안 예비 부모들은...
목 빠지게 손주인지 손녀인지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공짜로 가르쳐주는 법이 없다.
이것도 또 특별한 날로 만든다.
바로 '아기 성별 파티'...
큰딸이 첫아이를 임신하고 5개월쯤 되었을 때, 아기 성별 파티를 한다고 해서...
"그게 뭔데? 그냥 알려 주면 되지~ " 했음에도...
큰딸 내외는 식당을 예약하고 양가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아 '아기 성별 파티'라는 것을 했다.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겉은 파랑과 핑크로 장식을 하고... 잘랐을 때... 케이크의 안쪽이 파랑이면 아들이고... 분홍이면 딸이라고...
어쨌든... 우리는 사돈댁과 빙 둘러앉아 돌아가면서 아들인지 딸인지 맞추기 게임을 한 후에... 딸이 케이크를 잘랐다...
파아란~색의 케이크 속살이 보이고... 사돈어른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고...
나는 딸만 셋이었기에 아들이란 이름이 왠지 낯설었고...
그렇게 먹고 떠들며 아기 성별 파티를 했었다.
둘째는 서러워~
둘째를 임신 중인 큰딸이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다.
"엄마~ 초음파 했어~"
"언제 어떻게 알려줄 건데?"
"글쎄... 로빈하고 의논해 보고..."
그렇게 뜸을 들이던 큰딸이...
내가 큰딸집에서 손주를 봐주는 날이어서 퇴근을 한 딸을 만났을 때도 비밀이라며 뜸을 들이더니 사위와 손주 그리고 큰딸... 온 가족이 저녁 늦게 우리집으로 왔다.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자 작은 상자를 내밀더니....
"열어봐~"
그 속에는 앙증맞은 분홍색 양말이 들어있었다.
"어머~~ 축하해... 딸이구나~ 엄만 손녀를 원했어..."
앞으로도 계속'손주손녀 육아도우미'를 해야 하는 나였기에 아주 사심이 가득한 축하였다.
아들은 1+1이 아니고 폭발을 한다고 선배 하부지 할미들이 말씀하시기에...
덜컥 겁이 났던 나였기에....
사실 딸만 키운 나는...
지금도 손주가 적응이 안된다...
노는 것도, 먹는 것도...
그런데 딸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예정일도 세비, 나의 손주 생일과 같은 날이라고 해서... 모두 웃었다.
어쨌든 둘째는 서럽다...
거창하게 케이크를 썰던 아기 성별 파티가 달랑 작은 상자에 양말 넣은 것으로 바뀌었으니...
그렇게 큰딸 내외는...
진짜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거창한 파티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