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살다보니 이런일도...

by nzarirang

살다 보면...

운수 대통한 날이 있기는 있나 보다.

운수 대통한 날~

나에게 2019년 12월 12일이 그랬다.

운수 대통한 날이었다.

나는 아직도 브런치를 잘 모른다.

말 그대로 왕초보라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날은 믿기지 않는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지인의 생일이었다.

생일을 혼자 보낼걸 알고 있던 나는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해서 남편과 셋이 단골 카페에서 저녁을 먹으며 브런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매일 혼자 앉아 '딱딱...' 거리며 좌판을 두들기고 앉아 있는 나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남편은 퉁명스럽게 우리 둘의 수다에 끼어들며... "조회수가 높으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오늘 올린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브런치'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브런치 홈에 들어가 나의 아이디를 알려주고 작품란에 있는 매거진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통계를 눌렀더니... 후덜덜~ 조회수가 아주 수직 상승을 하고 있었다.

지인은 "언니~ 유명인사 금방 되겠네~" 하기에 "ㅋㅋㅋ 으그..." 했다.


조회수 폭등 왜???

그래도 궁금했다.

어떻게 조회수가 폭등을 한 것일까?

다음 포털 사이트로 가서 홈&쿠킹을 눌렀더니...

거기에 내가 올린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제일 처음에... "배신자 손주를 고발합니다"

"어머...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나는 얼른 스크린샷을 하고 딸들에게 전송을 했다.

"엄마 대박 났어~~"라는 카톡과 함께...

그리고 다시 보니... 내가 올린 글 중에 4개가 한 면에 동시에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이런 게 가능해? 이럴 수도 있어?"

남편은 무덤덤한 척했지만, 은근히 놀라워하는 눈치이고~ 딸들은 난리가 났다.


부작용도 있었다

큰 딸은 인터넷의 폭발적인 조회수에 너무 놀랬던 것 같다.

"너무 개인적인 건 올리지 마시길..."이라고 카톡이 왔기에~ 나는 내가 올린 글을 보내주었다.

큰 딸은 인터넷 폭주로 인해 겁?을 먹었는지...

블로그에 '손자의 육아일기'를 올리는 것이 영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블로그는 100명 남짓 검색을 하기에 괜찮다고는 했지만, 자식이 안 좋아하는 일을 굳이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손자의 육아일기'는 비공개로 돌렸다.

사실... 손자의 사진을 올리다 보면, 사위와 딸의 얼굴까지 모두 공개가 되기도 하고 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기도 하니까... 그도 그렇겠구나 싶었다.


126460의 의미

11월 1일에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렸다.

조회수는 15이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모두 26개의 글과 3개의 매거진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배신자 손자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은 조회수가 73502가 되었고,

'아기 성별 파티'라는 글은 조회수가 12612다.

그리고... 실수로 삭제를 했다가 다시 올리긴 했지만, 삭제하기 전에 '바베큐 파티? 삽겹살 굽기'도 처음으로 만명이 넘어 나를 기겁하게 했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불과 십여일 만에 일이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셋 다 '내 사랑 손주'가 들어가 있는 글이다.

이것도 신기하다.

어쨌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나의 글을 조회해 준 고마운 분들이 126460이 되었다.

구독자 수도 33명이나 되었으니... 나는 성공을 했다.


창피하긴 하다

'배신자 손주를 고발합니다'가 처음 제목이었다.

손주를 계속 아들의 의미로 적었더니 친절한 어떤 분이 댓글로 손주는 손자와 손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부랴부랴 손주==> 손자로 고쳤다.

물론 제목도...

배알이 꼬인다...라는 표현도 어학사전을 찾아서 썼다.

생각해 보니 나의 언어 수준이 참 그렇구나 싶었다.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가끔은 어학사전을 참고하기도 하고... 맞춤법 검사를 누르면 수십 개의 수정해야 할 단어들이 뜬다. 참 창피한 노릇이다.


반푼이가 되었다

나는 30대 초반에 태평양을 건너와서 24년을 이곳 뉴질랜드에서 살고있다.

영어를 좀 하냐고 물으신다면...

우리 둘째의 말을 빌려 대답을 하련다.

"우리 엄마는 영어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가 답이다. 어떤 분이 부모님은 영어를 잘하냐고 묻는 물음에 엄마에 대해 한 딸의 답이었다.

그렇다.

나는 영어에 재능이 없다.

그럼 한국말은 잘할까?

24년을 이렇게 살다 보니... 영어도 못하면서 한글도 어버버 거린다.

말 그대로 반푼이가 된 것이다.


2019년 12월 12일

나에게 '운수 좋은 날'로 기억될 특별한 날이다.

조회수도 십만이 넘었고 칠만이 넘는 글도 생겼으며 구독자도 30명이 넘었다고 알림이 왔으니 말이다.

더불어 조금은 창피한 날이기도 하다.

앞으로 글을 쓸 때는 부끄럽지 않게 좀 더 신중해야겠구나 싶기도 하고...

손주와 나란히 한글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너무 좋다...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누리겠는가...

부족한 글 조회해 준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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