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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Dec 27. 2019

생쥐와 영역싸움이라니...

쥐 소동의 결말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었다.

쥐톨만 한 생쥐와의 길고 긴 영역싸움까지 했으니...


이곳은 집의 뼈대가 나무다.

이곳에 처음 와서 본 집 짓는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에 와서 지하가 있는 집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기초공사를 한 후에 뼈대는 물론 거의 대부분의 재료를 나무로 해서 집을 짓다 보니 통풍이 안되면 나무가 썩을 위험이 있어서인지 지붕에도 벽돌로 마감을 한 외벽에도 바람구멍들이 많다.

물론 안쪽에는 내장재로 보온처리 등 잘 마무리를 한다지만 한국처럼 완벽한 차단은 아닌듯하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 지붕과 2층 천장 사이의 공간에 놓인 아기 목욕통에 작은 이불이 깔려 있는 것이 너무 의아했고... 왠지 스산한 느낌까지 들어서 감히 그 목욕통에 손도 대지 못하고 후딱~ 도망치듯 내려온 기억이 있다.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목욕통은 그렇게 이불까지 깔려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고...

이사 온 지 며칠 안돼서 그 목욕통이 그곳에 있는 이유는 귀가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 집에 우리 말고 또 누가 있었다!

새벽이었다.

갑자기 천장에서 새가 쫓기듯 날아가는 소리...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뒤쫓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었다.

분명 전 주인의 고양이는 아닌듯한데.. 천장에 이름 모를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뚫어 놓은 바람구멍을 통해 고양이도 새들도 모두 함께 지붕 밑 천장에서 우리와 함께 공생하고 있었던 거다...

다시 말하자면, 지붕 밑 천장에는 우리말고도 또 무언가가 살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천장에서 고양이가 뛰던~ 새가 날던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고...


다람쥐와 나는 뭐가 다를까?

가을이 되면, 공원에는 도토리도 밤도 호도도 뚝뚝 떨어져 있어서 공원을 끼고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나의 주머니에는 갖가지 열매들로 불룩하니 채워지곤 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발에 차이는 것들이 잣이라는 걸 알았다. 잣들이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고목을 목이 꺾여라 올려다보니 몇백 년은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을 법한 나무에 잣방울들이 달려있었다. 바람이 불거나 붙어있을 힘이 없어진 잣방울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 크기가 내 두 주먹을 합한 것만 했고 그 안에는 잣들이 송송이 들어 있었다.

커다란 쇼핑용 백에 몇 개만 넣어도 어깨가 아플 정도의 무게였으니... 그 크기를 가름할 수 있을 듯하다.

너무 신이 났다.

산책을 나갈 때면, 커다란 쇼핑용 백을 서너 개 챙겨 나갔으니...

일단, 대학 캠퍼스에서 바람에 떨어진 큼직한 솔방울을 땔감용으로 주어 담고는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한 잣나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잣을 머금은 잣방울들을 주워 담고, 집 가까이에 오면서 호도를 십 여알 주어 담고...

그렇게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가득 담고 돌아오다 보면 다람쥐와 나는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주어온 호도를 거실 한쪽 햇빛 잘 드는 유리문 앞에 수북이 말리고~ 잣을 잣방울에서 꺼내서 하나하나 망치로 까고...

딱 여기까진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엄마도 여린 인간이야~

어느 날, 두 딸들과 다람쥐처럼 모아두었던 잣도 까먹고 호도도 까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는데...

막내가 "엄마~~~ 쥐~~~~"하며 바로 내 옆에서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우린 모두 소파에 등을 대고 TV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막내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다들 너무 놀라서 후다닥 일어나서 일단 정원으로 통하는 거실문을 열었다.

남편은 골프채를 가지고 오고... 나는... 온몸이 얼어붙어서 얼떨결에 올라간 식탁 의자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막내 외에는 아무도 쥐를 보지도 못했고 밖으로 나갔는지 벽난로 안으로 숨어버렸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날 두 딸들은... 엄마에게 실망을 한 눈치였다.

"엄마가 무서워하니까~ 우리가 더 무서웠어.. 생쥐쯤은 별거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라고 했으니까...

아마도 태어나면서부터 두 딸들에게 비친 엄마는 천하무적이라 생각해서 믿고 의지했는데... 작은 생쥐에 얼어붙은 엄마의 모습이 두 딸들에겐 너무 생경했었던듯하다. 그리고 엄마만 믿었던 두 딸들이 나의 호들갑으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졌기에 더욱 무서웠을 테고...

나는 풀이 죽어 말했다. "얘들아~ 엄마도 마음 약한 인간일 뿐야... 그렇게 터프하지 않아~"

그날부터 생쥐와 우리와의 영역싸움이 시작되었다.


고양이와 새... 거기에 생쥐까지...

그동안 지붕 아래 천장에는 고양이와 새뿐만 아니라 생쥐들까지 함께 공생을 하고 있었던 거다.

밖이 추워지는 겨울에 잠시 우리 집 천장에 올라와 신세를 지고 있던 생쥐들이 잣 냄새를 맡고 아예 아래층까지 염치없이 넘보고 있었던 듯하다.

덕분에 주방이며 계단 아래 작은 창고까지 모두 뒤집어엎었다.

예정에도 없었던 대청소를 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작은 쥐똥들은 우리를 기겁하게 했고...

남편은 나무로 만든 집이라서 여기저기 작은 구멍들이 많아 다 막을 수는 없다고 하며 일단 문이란 문의 모든 틈을 막아버렸다.

플라스틱 통을 사서 모든 먹거리를 종류대로 넣고 뚜껑을 닫아 팬츄리에 넣었고...

그게 문제였다. 아마도 다시 천장으로 미처 올라가지 못한 놈이 있었던듯하다.

이제 그 한 놈이 우리와의 동거를 결심한듯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거실에서 덮는 담요 위에...  "나 여기서 잤어~"라는 영역표시를 어김없이 해놨다.

그 찜찜함이란...

부랴부랴 담요를 빨고... 다른 곳에 흔적이 없는지 찾아보고...

결국 생쥐용 쥐덫을 4개 사 왔다.


결전의 시간은 다가오고...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쥐덫에 조심스레 땅콩버터를 동그랗게 만들어 올려두었다.

아침에 남편을 깨워 앞장을 세워 일층으로 내려왔다.

도저히 죽어있을지 살아서 발버둥을 칠지는 모르지만 쥐덫에 걸린 쥐를 볼 자신이 없었다.

짜~~ 짠!!!

그러나...

생쥐는 우리보다 더 똑똑했다.

쥐덫은 그대로 있었는데 어떻게 먹었는지... 땅콩버터만 파먹은 흔적이 있었으니까...

우리는 이 똘똘한 생쥐가 보고 싶기까지 했다.

생포해서 키우면 어떨까 하는 의견까지 있었으니까...

우리는 쥐덫을 놓고 생쥐는 보란 듯이 여전히 담요에서 잠을 자며 흔적을 담기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허탕만 쳤기에 아무 생각 없이 내려왔는데...

주방 한쪽에 놓은 덫에 생쥐가 물려있었다.

도저히 가까이 가서 볼 엄두가 안 나서 남편을 불러내리고... 한바탕 소동 끝에 남편은 생쥐를 쥐덫채로 바깥 쓰레기통에 버리고...


역시 남편~

사실 남편은 겁쟁이다.

딸들도 아빠가 겁쟁이라는 것을 알기에 엄마를 의지했던 거다.

거미가 나와도 남편은 "자기야~~~", 딸들은 "엄마~~"
벌이 날아들어와도 "자기야~~~", 딸들은 "엄마~~"
어쩌다 새라도 벽난로를 통해 들어오면 "자기... 자기야~~~", 딸들은 "엄마... 엄마~~"


물론 나는 모두의 해결사였다.

그런데 생쥐 사건 때는... 내가 정말 무서워하고 엄두를 못 내니까~ 겁쟁이 남편이 나섰다.

참 듬직했다. 

역시... 우리 집 가장이었구먼... 싶었고, 딸들은 "아빠~~ 오오~~~~"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쥐 소동의 결말

나는 천장까진 양보할 수 있다.

날씨가 춥다는데 어쩌겠는가~ 이 넓은 집에 고양이건 새들이건 설령 쥐라도... 신세를 좀 지겠다는데... 기꺼이 내줄 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 같으니까...

그러나..

내 영역엔 안된다..

감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영역에 침범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 거다.

그렇게 우리는 생쥐와의 영역 싸움에서 승리를 하고 우리의 영역을 지켰다.

그 후에 쥐덫으로 장렬하게 전사한 생쥐의 벗들이 간혹 오는 듯했지만, 영역표시를 하고 짐을 풀고 함께 살자고까진 하지 않았다.

똑똑한 놈들이니까... 아마도... 지들끼리 소식지를 돌리지 않았을까...

경고!!!!       '아래층에 사는 인간들... 보통 아니니 조심할 것!!'


구글이미지~ 뉴질랜드 집짓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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