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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Apr 04. 2020

Lockdown 보고서(1)

멈춰버린 시간... 그럼에도...

브런치 삼수생인 나다.

그만큼 나에게 브런치는 묻혀버린 나의 열정을 깨워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었다.

머릿속에 써야 글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급하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거의 두 달이 넘도록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Lockdown

Lockdown의 사전적 의미는 폐쇄, 감금, 격리란다.

나는 지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어느 하늘 아래 격리되어 있으며...

사지 멀쩡하고 감시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회적 감금 상태이고....

섬나라인 이곳, 폐쇄된 공간에 갇혀있다.

처음에 2m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하고 손을 잘 씻으라고 하다가...

유럽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뉴질랜드 정부는 나라 전체를  lockdown 시켰다.

먹을 것을 파는 곳과 병원, 약국 등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거의 문을 닫았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도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모든 도시가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하는 어릴 적 놀이처럼 말 그대로 '그대로 멈춰' 버렸다.

조용한 나라에 뉴스거리가 없어서인지 듬성듬성하던 뉴스도 연일 COVID-19의 뉴질랜드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가능하면 집안에서만 있으라는 지시에 나는 아주 충실하게 잘 지키고 있는 중이다.

바뀐 세상...

직딩들인  딸들은 모두 자택 근무를 시작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이 시어머님과 우리 부부 그리고 딸들까지 모두 옹기종기 모였다.

집순이였던 나이기에 일상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소소한 나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는 했다.

커피 향 좋은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즐길 수 없게 되었고, 맘 놓고 손주를 보러 가지도 못하고 있고....

우유가 떨어졌다고 맘 편히 슈퍼에 가서 쇼핑을 해 올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슈퍼가 문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슈퍼의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을 구별해 놓고 입구에 바리케이드까지 만들어 손님을 한 명씩 들여보내고 있다.

슈퍼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손세정제로 손 소독을 해야 하고 다른 이들과 2m 간격으로 떨어져서 쇼핑을 해야 하니... 앞사람이 물건을 고르면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물건을 사려해도 이것저것 조물거리지 말라고 하니...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맘에 드는 걸로 살짝 집어 든다... 마치 연못에 노니는 물고기를 고양이가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잽싸게 잡아채듯이...

bubble? bubble~

뉴스에서 연신 버블~버블 거렸다.

뭔 소리?

한 집에 사는 사람이 한 버블이고~

한 직장에서 한 공간에 있는 무리들이 한 버블이고~

그렇게 각자의 버블... 즉 물방울들을 터트리지 말고 유지하라는 것이란다.

한 가족이 한 집에 사는 우리의 계념과는 달리... 가족은 아니지만 친구로 또는 그냥 남남끼리도 플랫 메이트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 사는 것이 이곳 문화다 보니... 버블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가장 적절한 표현이겠구나 싶다.

나는 우리 가족으로 한 버블을...

그리고 이 와중에 둘째를 낳은 큰 딸네와 둘인 듯이 하나인 버블을 만들었다.

마치 물방울 놀이에서 두 물방울이 한데 뭉쳐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아이를 낳은 날을 전후로 2박 3일 손주를 봐주고, 퇴원을 한 후에 첫날 미역국을 끓여다 준 것 외에는 왕래하지 않는다. 혹여~ 그 작은 버블에 균열이 생기면 안 되니까~

그럼에도 큰 딸네 4 식구는 살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사위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제부터 끄적거려보련다~

뉴질랜드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일단 4주간 락다운을 시작했다.

이제 한주가 지났고...

해외여행으로 귀국하는 자국민들이 바이러스까지 챙겨 들어오고, 그게 뭐 좋은 거라고 지인들에게 옮기고... 여행객들이 가져오고... 이래저래 들여온 바이러스로 조용했던 뉴질랜드도 시름 거리고 있다.

아직은 지역감염이 1%로 정도라고 하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워낙 전염력이 빠르다 보니 좀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한국처럼 의료시설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나라, 적은 인구에 맞게 적절하게 있던 의료시설이다 보니...

이렇게 빠르게 대처를 하고 락다운을 시켜서라도 더 이상 크게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이었으리라~


조금씩 나의 폐쇄와 감금 그리고 격리의 시간들에 익숙해가고 있다.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엉켜진 실타래를 풀며 잠잠히 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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