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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Apr 05. 2020

Lockdown 보고서 (2)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도 될까?

뉴질랜드는 3월 26일부터 4주간 온 나라가 락다운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COVID-19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먼 나라의 소식이었던듯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친정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조심하라고 안부를 묻곤 했으니까....

그런데 그 쓰나미는 금방 이 작고 조용하기만 했던 내가 살고 있는 시골 동네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말았다.

모든 모임은 취소가 되고...

큰 딸이 둘째를 가졌고, 예정일이 4월이었기에 나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불안하기만 했다.

뉴질랜드에도 한두 명의 확진자가 있다는 소식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만의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함께 살고 있는 연로한 시어머님과 이제 갓 태어날 나의 손주를 위해서...

가능한 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혼자 애를 쓰며 지켰다.

그렇게 한주가 지날 무렵이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모든 모임이 취소되기 시작했다.

모임 계획이 많았던 둘째는 그 모임들을 취소하고 대책을 세우느라 전화기를 끼고 두문불출할 정도였으니까...

다니던 교회에서도 교회단체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하면서 그 주부터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단한다는 카톡이 왔다.

정말 이 모든 것이 그저 하루 이틀 사이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갇혔다.

뉴질랜드 정부는 발 빠르게 나름대로 COVID-19 대처법을 1~4단계까지 만들어 놓고 어느 날 3단계라고 하더니 48시간 후에는 4단계라며 비상사태에 준비할 시간을 줬다.

딸들은 회사에 가서 컴퓨터 등 서류를 가지고 재택근무를 할 준비를 했고...

나는 하루 전날 일주일치 쇼핑을 했음에도 다음날 다시 나가서 일주일치를 더 사 오는 것으로 비상식량 마련을 끝냈다.

어차피 4단계라고 해도 슈퍼는 연다고 했고... 나의 텃밭에는 가을을 맞은 푸성귀들이 넘쳐나고 있으니까...

락다운이 코앞인 11시가 넘은 오밤중에 크라이스트처치 한인 단톡 방은 때아닌 난리가 났다. (아니 저녁부터였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한인 마트를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둘째에게도 문의가 와서 정부 쪽에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둘째의 개인적인 의견은.... '당연히 열어야 한다!'였다. 아무리 이곳 슈퍼가 문을 연다고 해도 각 소수민족의 먹거리를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한인 마트를 비롯한 다민족 마트는 문을 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이 비상시국의 서막이 열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도 될까?

COVID-19은 처음엔 우한 바이러스라고 할 정도로 중국에 국한이 되다가... 점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로 번져가면서 마치 아시아의 전염병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종종 세계 뉴스에서 들려오는 인종적인 소식은 한국인인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들어내 놓고 아시안이라고 눈치를 주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지만, 수영장을 다니던 시어머님껜 당분간 집에 계시라고 했다.

그즈음에 뉴질랜드에도 첫 확진자가 생겼는 뉴스에 혹시 아시안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란을 다녀온...'이라는 기사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참 인간이란... 아니 나란 인간은... 하며 자괴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둘째 일로 걸을 일이 많았는데... 웃으며 다가오던 사람들이 나에게 가까이 오면서는 자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아주 잘 지켰으니까...

우리는 우스게 소리로... 아시안이 첫 확진자였으면 우리는 밖에도 못 나갔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매일 인종적, 나이별, 지역별 확진자를 업데이트를 하는데 유럽을 다녀온 유럽피언 키위들과 그 지인들이 대부분이며 20대가 제일 많다는 게 이곳 통계다.

이제는 아시안의 문제를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2월 28일 첫 확진자가 나오고 3월 26일 Lockdown이 되기까지 불과 한 달 남짓이었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서 모든 것을 뒤죽박죽 엉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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