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그 추억 속으로....
나의 어릴 적 그러니까 흑백 티브이 시절...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던 재미있던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이름하여~ '전설의 고향!'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 시절에는 흑백이었기에... 고추장만 입가에 묻히고 나와도 피처럼 자동 연상이 되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섯 손가락 사이로 빼꼼히 실눈을 뜨고 보곤 했던 시절이다.
그 시절에도 무더운 여름이 되면 그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납량특집이 방송이 되었고, 물론 귀신 이야기는 단골 스토리였다.
집안에 있던 화장실도 무섭다며 화장실 문을 조금 열어두고 문 뒤로 할아버지까지 세워놓기도 했다. 장난기 많으셨던 할아버지가 나를 놀리려고 혹시 방으로 들어가셨을까 봐~~ "할아버지?"하고 뜬금없이 불러보기도 했었다.
그런 겁 많은 손녀가 당신 보시기에 조금은 모자라 보일 법도 했을 텐데...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나를 배신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신 마음 따뜻한 분이셨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정색을 하기도 하고...
친가는 모두 경기도 출신이고...
외가 즉 친정엄마의 고향은 충청도다.
전설의 고향이 끝날 무렵이면... 성우 아저씨의 구성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전설은... 00도 00 지역에서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이었습니다..."
뭐~ 대충 이런 멘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말로 게그라면 한가닥 하시던 울 친정아버지... 좀 순박? 한 내용이면 어김없이 "음~ 저건 분명 충청도야~~"라며 가만히 보고 있던 엄마를 흘깃 쳐다보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띠곤 하셨다.
물론 적중률은 반반이었지만... 친정엄마는 기분 좋을 땐 호탕하게 웃고 말다가도 심기가 좀 어지러울 땐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두 번이지..." 라며 토라지시곤 했다.
우린 모두 그런 엄마의 모습이 귀엽? 기도 하고... 뭐~ 이게 화낼 일인가 싶기도 해서 그냥 "엄마~~~" 하며 웃어넘기곤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전설의 고향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우리 가족 8명을 모두 티브이 앞으로 모아 놓고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내 다리 내놔~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요즘 웬일인지 내 기억 속에 잠들어있던 전설의 고향 중에 한편이 파편들처럼 흩어져 나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곤 한다.
혹시 보신 분들이나 아시는 분들은 40년이 훌~~쩍 지난 나의 잘못된 퍼즐 조각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의 어느 지방 산골마을에 효자가 살았단다...
이 효자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산삼을 캐어다가 약탕기에 넣고 푹~~ 끓여서 들였다고...
물론 아픈 어머니는 산삼 덕분인지 효자의 효심 덕분인지는 몰라도 벌떡 일어났고...
내용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두운 밤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외다리로 이 효자를 쫒아 왔다...
"내 다리 내놔~~~" 하면서... 효자는 정신없이 도망갔고...
어느덧 새벽이 되어 동이 터 오르고 따라오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효자는 뒤를 돌아봤는데 효자를 따라오던 그 소복의 귀신은 다름 아닌 다리가 잘려나간 산삼이었다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였다.
몇백 년 동안 산의 정기를 머금은 산삼을 의인화했던 이야기였으리라...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법~
나는 건강 체질까지는 아니었서도...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아왔다.
천성이지 싶을 정도로...
일이 많아서가 아니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집안이 윤기가 흐르고 잘 정돈이 되어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집안일.. 즉 쓸고 닦고 정리하는 것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화분에 꽂이면 서서히 온 집안에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의 화분이 생기고...
물론 쪼르르 나가서 사 오는 것은 아니다.
꺽꽂이도 하고 분양도 받아와서 내가 한 땀 한 땀 정성과 시간을 들인다.
그러는 동안에는 모든 신경이 온전히 그 일에만 집중되어 버리는 뭐 그런 스타일이다.
이런 나의 이상한 습관은 이곳에 지진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하던 일을 멈추게 되면서 생겼다.
평생을 일을 하던 내가 나름 찾은 도피처인 셈이다.
스트레스가 몰려오면... 일을 할 때는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한가하게 받는 스트레스를 곱씹을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일을 놓으면서... 스트레스가 생기면 나는 몸으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손 두부를 만든답시고 한 달 동안 콩과 씨름도 했고... 잡초가 무성했던 뒷곁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우리 집 텃밭으로 탈바꿈을 했다. 또 그뿐이랴~~ 나열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내 다리 돌려도~
어쨌든 나는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아니 풀렸다.
그런 내가... 지금은 과속으로 달리던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버린 것처럼...
그렇게 되어 버렸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 무섭다.
온몸이 삐그덕거리며 힘이 다 빠져버린 그런 느낌...
똑바로 누워서 무릎조차 구부릴 수 없게 됐으니까...
좀 쉬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벌써 한 달째다.
할 수 없이 내일은 GP(홈닥터)를 만나려고 예약을 해 두었다.
많이 걸어서? 이 정도 걷는 사람들 많지 않나??
하도 서있어서? 서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뭐 좀한다고 컴을 켜고 의자에 오래 앉아있어서? 직장생활도 아닌데 이 정도로??
혼자 묻고 답을 해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전설의 고향 이 이야기가 새삼 내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그 하얀 소복을 입은 산삼 아가씨의 심정이다.
나도 하얀 소복을 입고 누군가를 따라 뛰고 싶어 진다.
"내 다리 돌려도~~~" 하면서...
물론 나를 흘깃 돌아보는 그 누군가가 무어라 할지도... 어쩌면 그 대상이 누구인지도...
나는 이미 답을 알지도 모르겠다.
"아줌씨~~~ 아직도 청춘이 줄 아쇼??" 하겠지....
세월이라는 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