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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Dec 16. 2020

백수가 과로사할 판!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나는 지금 노는 중이다.

논다고 하면 즐거움이라는 것이 자연스레 떠올라야 한다면...

어쩌면 나는 벌을 받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왜냐고?

나는 지금 너무 무료하고 지겨우니까...

논다는 것!

논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는 것은 한때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했던 '시체 놀이'가 아닐지....

요즘은 온 가족이 내가 일어서기만 해도~ "앉아!!!! 또 뭐하려고?" 하고 눈에 쌍심지를 켠다.

빵이라도 만들라치면~ 부엌에서 조용조용 도둑고양이처럼 반죽하고 나만의 장소에 반죽을 숨겨놓는다.

행여 이층에서 내려오는 발소리라도 들리라치면 쌩~~ 세탁실로 몸을 숨긴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나 지금 뭐하냐~~~' 아무래도 개그우먼이라도 해야 할까 보다...

왜 놀아야 하냐고?

놀아야 한다기보다는... 나는 지금 가급적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안쪽 무릎에 통증이 심하고... 오금도 저리고... 고관절부터 무릎까지 모두 통증이 있다.

처음에는 계단도 오르지 못하고 한 발짝 디디는 것도 힘들어 GP(홈닥터)에게 갔더니 내측 측부인대 염증인듯하다고 해서 3주 정도 '항염 소염제'를 먹었고, 다시 좋아진 듯해서 좀 움직였더니... 다시 아파서 또 3주를 먹고....

또 좋아진 듯해서 조~금 움직였더니 또 아파서 또 3주를 먹었다.

이번에는 의사도 좀 이상한지 류머티즘 검사를 해 보자고 해서 피검사까지 했고...

불행 중 다행인지... 류머티즘은 아니었다. 의사는 중력에 힘을 받는 것은 되도록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 뭘 하지? 그냥 앉아서 다리를 쭉 펴고 있으라는 건가??'

그다음부터 나도 겁이 나서 가능한 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가족들은 그러니까 그냥 좀 쉬라니까~~ 하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나는 "엄만 그냥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하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이구동성으로 "조~금... 한시도 안 쉬고 안팎으로 일을 하면서... 그게 조금이냐??" 고 나무랐다. 아마도 나의 '조금, 조~금'과 다른 이들의 '조금'은 잣대가 다른가보다.

어쨌든...

약을 다 먹고 이제 5일이 지났다.

아직도 양쪽 다리 모두 쪼그리고 앉으면 다리가 부은 것 같은 느낌이 있고, 여전히 안쪽 무릎엔 통증이 있으며...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고관절도 마치 오래 걷기라도 한 것처럼 뻐근하고... 의자에 앉았다 이러서면 다리가 무감각해져서 몇초는 움직일수가 없다.

아프면 누워서 다리를 스스로 굽힐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고 계단 내려오기도 힘들고... 통증이 너무 심해 걷는 것이 고통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나는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머리로만 말이다.

백수가 과로사할 판~

생각해보니... 몸을 안 쓰고 살아본 적이 없는듯하다.

선천적으로 부지런한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사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보고 살았고 결혼하고선 쉴 새 없이 달려왔으니까... 아마도 후천적이 아닐지...

내가 사는 곳에 지진이 오고 한국에서의 유학생이 뚝!!! 끊기고 서는 나도 하던 일을 멈췄다.

그때는 이미 딸들이 모두 대학에 가게 되었기에 하던 일을 멈추는 것에 주저함이 없기도 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끊게 되면 '금단현상'이 온다더니... 밤낮으로 뭔가를 하던 나는 '금일현상'이라도 온 것 같아서 목표 없이 흐르는 시간들이 불안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텃밭 가꾸기와 집안 정리하기였다.

그렇게 다시 나는 뭔가를 밤낮 가리지 않고 했다. 경제활동이 아닐 뿐 나의 일상은 바쁘고 또 바빴으니까~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나는 엉덩이를 땅에 붙이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무언가를 하고 또 했다. 그렇다고 집안이 깔끔해 진건 아니다. 그냥 내게 그때그때 꽂히는 일을 미친 듯이 했다.

맞다.... 미친 듯이.... 이 표현이 나를 표현하기에 딱 맞는 것 같다.

누가 내게... "백수가 과로로 죽는다고 한다더니~ 좀 몸을 아껴요~~"라고 충고를 할 정도였으니까...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딸이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우리 엄마는 조금도 쉼 없이 무언가를 하세요~"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듣고 의아해서 물었다. "그럼 아무것도 안 하고 멍~ 하니 사는 사람도 있어?"

딸은..."아니 엄만 좀 심하지... 우리 집에 와서도 앉지도 않고 바로 주방으로 가서 뭔가를 하고 바고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하고... 모두 그렇게 살지는 않지..."

그 순간 사실 좀 멍~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들을 보낼까?

친한 동생이 말하기를..."언니처럼 그렇게 몸을 움직이진 않지~ 적당히... 언니는 그 선을 넘은 거고..."

그 선이라는 것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나의 그 선'을 찾고 있는 중이다.

큰딸은 앉아서 다시 글을 써보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엄마를 잘 아는 딸은 "또 의자에 앉아 무릎을 꼬고 아픈 줄도 모르고 집중하지 말고....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하고..."


이젠.... 사실 10분 이상 서 있으면 다리가 묵직해 오고...

또 약을 먹는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는 정말 나만의 선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담벼락을 타고 이제 영글기 시작한 포도송이들을 새들이 쪼아대는 꼴을 못 보고 쪼르르 나가서 줄기를 정리하고 망을 씌웠다. 물론 새들의 디저트는 조금 남겨두고....

그러다... 남편에게 딱 걸려서~

"당장 안 들어와~~ 나를 시키라니까... 왜 혼자 나가서 그러는데!!!!!"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에구머니~ 시간이 벌써 한 시간이 지났어? 나 아직 물도 안 줬는데..."

구제불능이라는 표정으로 나온 남편은 나 대신 물을 주고 잘라놓은 포도 가지들을 정리해서 버리면서... 얼른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해 댔다.

뒤돌아 걷는 내 걸음걸이는 이미 무거워진 다리로 엉거주춤 이 되었고 그 뒤로 들려오는 남편의 잔소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참~ 노는 것도 아니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내겐 너무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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