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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Jan 19. 2021

공주는 행복했을까?

할미가 돼서 해보는 공주놀이~

공주가 따로 없다.

바로 나~ 요즘 내가 공주다.....

웃기는 일이지만 온 몸이 망가지고 나서야 공주대접?을 받고 있으니까....


뭔 소리냐고?

올해 뉴질랜드의 여름은 코로나 19로 얼마나 놀랬는지 여름조차 서늘하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낮다고나 할까? 한여름이어야 할 요즘도 아침저녁으론 서늘하고.... 내가 사는 곳은 일교차도 십 여도를 넘나드는 곳인데 매일의 최고기온조차 28도였다가 18도였다가 한다.

정말 날씨조차 미친것 같다.

살짝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요즘 나의 근황을 쓰려니 날씨가 대뜸 먼저 고개를 내민다.

딸들은 다~~ 결혼해서 또는 이런저런 사유로 분가를 하고...

시어머니와 우리 부부 이렇게 노인 셋만 남았다.

요즘야 5학년을 누가 노인이라 하겠냐만은... 셋이서 앉았다 일어서면서 시어머니나 우리나 모두 "아구구~~~" 하는 걸 보면 겉모습만 그럴싸하지 영락없는 노인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주놀이에 빠져있다.

다리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는 두 팔까지 말썽을 부리고 있어서다.

그 말인즉~~~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세수도 못하고 이도 못 닦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좌판을 오래 치기만 해도 어깨 밑 팔뚝이 신호를 보낸다.... "너 지금 모하냐????" 라고....


신분이 상승했다? 쫑에서 공주로....

네이버 블로그도 하고 있는 나의 예명은 '쫑쫑쫑'이다.

지인이 병아리가 생각나서 귀엽다고 하던데... 사실은 '종'이란 의미의 '쫑'이다.

남편이 붙여준 별명인데... '옛날 종들도 자기보다는 일을 덜 했을걸~ 어떻게 하루 종일 그렇게 뭔가를 할 수가 있지? 종의 완결판인가?' 하며서....

그런데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나는... 그 말에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 놓고 기분 좋게 예명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

이랬던 나다....

그런데 요즘은.... 남편으로부터 텃밭 출입을 금지당했으며.... 소소하게 물주는 재미까지 빼앗겨 버렸다.

나의 일을 모두 뺏아서간 남편은 요즘 "이것도 힘드네... 당분간은 오이 따는 것도 금지야~"한다.

오이나 호박도 한번 안 따 본 남편은 "오이와 호박에도 가시가 있어? 장갑을 끼고 따야 하나?" 하며 예비 텃밭꾼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부엌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남편인지라~ 설거지만 해주면서도 무거운 건 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이렇게 요즘 나는 공주 대접을 받으며 어색하게 살고 있다.


언제쯤이나 좋아지려나~

다행히 류머티즘 관절염은 아니란다.

무리한 일상으로 모든 관절의 인대에 이상이 생긴듯하다.

그래서 좀 쉬어보고.... 더 심해지면 다시 병원에 가봐야지 하고 있다.

한국처럼 바로 전문의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밤이 무섭다.

좌우로 몸을 움직이기 어렵고... 자다 보면 팔도 다리도 뻣뻣해져서... 나도 모르게 밤이면 몇 번씩 깨어서 스트레칭을 한 후에야 다시 잠이 든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계단을 한 발씩 척척 오르지도 못하고... 이렇게 책상에 앉아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고 일어서면 어그적 어그적 수준으로도 바로 걷기가 힘들어서 조금 섰다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정말이지 이게 나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기만 한 요즘이다.


공주는 행복했을까?

공주가 '쫑쫑쫑' 스타일이었다면 그래도 공주의 일상이 행복했을까 싶다.

태어나서부터 공주였다면 '쫑쫑쫑 스타일'리가 없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냥 쫑쫑쫑으로 살고 싶다.

휘리릭 나가서 포도나무에 못 다친 망을 치고....

파 반 잡초 반인 포도나무 밑 파 밭을 호미로 슬겅슬겅 땅을 뒤집고....

겨울에 먹을 양으로 남편 눈을 피해 뿌린 상추 모종을 옮겨 심고...

올해 손도 못 덴 부추밭도 손보고...

피조아 나무와 2년 된 포도나무가 뒤엉켜있는 볼쌍사나운 정원 한켠을 깔끔하게 다듬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얼른... 빨리... 나아서~

그래 그렇게 쫑쫑쫑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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