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뉴질랜드는 의료시스템이 잘 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별로라고 할 수도 있는 이상야릇한 구조다.
일단 아프면 GP 즉 홈닥터에게 가야 한다.
치과와 안과는 예외이긴 하지만....
그러면 GP가 1차 처방을 해 주고 전문의를 봐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이 되면 전문의에게 넘겨준다.
GP를 보는 것은 진료비를 내야 하지만.... 몸에 문제가 생겨 전문의를 보는 것은 모두 무료이다.
그러나... 급한 사람이 먼저니 순서를 기다려야 하니까.... 내 차례가 오려면 짧게는 몇 주일 수도 몇 달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물론 급행열차를 타고 전문의를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의료비 전부를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금액이 장난이 아니다.
만약 의료보험이 있다면 전문의를 빨리 볼 수 있고 무료이지만, 정상이라고 나오면 전문의를 본 모든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니.... 무턱대고 전문의를 외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의료보험이 없다.
그러니.... 길고 긴 줄을 기다려야 하고... 그전에 GP가 내가 과연 전문의를 볼 정도인가를 판단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다리와 팔 즉 사지(四肢)가 모두 말썽을 부려 3번 GP에게 갔고 그때마다 피검사를 하고 항염제를 3주씩 3번을 먹었다. 이렇게 먹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고 계단도 오르내리지 못하니....
선무당 사람 잡다!
그렇게 마지막 병원 방문을 하고 약을 다시 3주를 먹을 즈음... 혹시나 해서 받은 피검사에서 류머티즘은 아니라는 소견을 듣고... 먹던 약을 3주간 먹고 멈췄다.
류머티즘이면 전문의를 볼 거라고 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GP가 말한 데로 약을 3주만 먹은 것이다.
하도 낫지를 않으니... GP는 "가능하면 중력이 가해지는 것을 하지 마세요~"했다.
나는.... '??? 그럼 뭘 하지? 중력 아래 사는 내가???' 했고...
남편은....'아 그래야 하는구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구나...."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인들은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지만.... 고지식한 남편은 자동으로 침대처럼 펴지는 자동 소파까지 사서 나를 가만히 앉혀놨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삼시 세 끼를 해결했고... 청소와 설거지는 남편이 빨래는 시어머님이... 뭐 그렇게 하며 공주놀이가 시작되었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주놀이를 하는 동안 남아있던 근력마저 모두 사라지고... 말 그대로 종이인형이 되는 듯했다.
정말 돌팔이... 선무당이라는 말이 우리 둘을 두고 하는 소리구나~ 싶었다.
명의는 따로 있었다!
3주 전이었던가?
남편이 지인하고 점심 약속이 있다고 나가고... 멍하니 소파에서 너튜브를 보던 나는....
언제 적에 방영되었던 한국 EBS 명의...라는 제목의 짤막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딱 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어딘가에서 진료를 하시는 명의 왈~ "어깨 통증으로 약이나 주사를 맞는 것은 그것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목적이 이라기보다는 통증을 못 느끼게 하고 운동 즉 알맞은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라는 것이다.
뭔가에 한방 맞은 느낌!!!!
약을 먹고는 꾸준히 적당한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도 키웠어야 했던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알려준 데로 몇 가지 스트레칭을 나에게 맞게 만들어서 해보았더니... 첨에는 손도 올라가지 않았는데... 점점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남편은... 첨에는 의심반 걱정 반을 하더니... 내가 시범을 보이자~ 수긍했고...
그렇게 스트레칭을 한 덕분인지~ 누워서 한쪽 다리를 들 수도 없었는데 지금은 두 다리를 모두 올렸다 내렸다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다리에 힘이 생겨서인지... 90대 노인은 왔다가 울고 갈 정도의 갈지자로 걷던 걸음걸이는 어느새 약간 찔둑은 거려도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되어 매일 저녁 10분 정도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팔을 올릴 수도 없었고 팔이 아파서 잠도 한 시간 남짓의 쪽잠을 자야 했었는데... 비록 1 킬로그램이지만 아령을 들고 근력운동도 하게 되었다.
그랬다!!!
명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너튜브 아니 한국의 어느 명의의 조언이 나를 걷게 한 듯하다.
공주놀이의 결말?
한 발짝씩 계단을 오르내린지는 며칠이 되질 않으니 아직은 갈길이 멀고....
떨어진 것을 몸을 구부려 줍기가 힘이 들고 밑에 있는 서랍을 여는 것은 언감생심이니 답답하기 그지없고....
여전히 어깨가 무겁고 아침이면 팔뚝이 아파서 다시 들어 올리려면 침대 위에서 몸부림치며 스트레칭을 해야 하고....
오금에 물이 차서 아직은 통통하니 무릎을 오랫동안 폈다가 구부리려면 그것도 힘겨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공주놀이를 그만두었다.
어설픈 남편의 설거지가 맘에 안 들고...
텃밭에 물을 주는 것은 잘 하기는 하지만, 내년에는 이것도 심지 마라 저것도 심지 마라 하는 잔소리도 듣기 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