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03)
제주에 자리를 잡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던 가치 중의 하나가 바로 '제주스럽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것을 제주답다고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개념은 투박하다는 것과 레트로풍의 그 중간 어느 지점이 대충 세간에 혼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정도랄까. 물론 무릎을 탁 치는 대답에는 근처도 못 갔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도 섬이다는 지금 내 머릿속에 두루뭉술 잡혀 있는 제주스러움의 결정체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실로 이 곳에 앉아있다 보면 귀여운 - 누가 보아도 관광객 같아 보이는 - 아가씨들이 '꺄아, 제주스러워. 갬성갬성. 갬성터진다아'라고 외쳐대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제주스러움에 방점을 찍는 것은 바로 상호명과 사장님의 찰떡같은 조합
나도 섬이다(이하 '나도'라고 부르도록 하겠다)는 가게 이름을 보아서도, 심지어 가게 밖에서 안을 슬쩍 훔쳐보아도 무얼 하는 가게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굉장히 감성적이고 과감한 네이밍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딘지 모르게 예술가적 분위기의 사장님을 보면 과연 그럴 만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만다. 코리안 스타일 라운지 바를 만들고 싶었다는 사장님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인데 특히 메뉴에 그러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다고 해서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하면 늘 굉장히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이유는 단 하나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들이 대부분 없기 때문이다. 이게 뭔 소린가 하면 그날 그 날의 좋은 재료로 항상 다른 메뉴가 준비된다는 것인데, 그럼 처음 가는 사람은 어떻게 알고 주문을 하냐고? 간단하다. 사장님에게 그냥 맡기면 되는 것. 이를테면 배가 좀 고프니 간단히 배를 채우고 맥주를 마시고 싶어요, 라던가 뜨끈한 국물에 소주를 마시고 싶어요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 이내 솜씨 좋게 이것저것 툭툭 차려지곤 하는데 앞서 말한 '코리안 라운지 바'인 만큼 대부분 한식 기반의 안주들이 내어진다. 손맛이 좋은 것은 두말할 것 없고.
아차, 내가 여기 생맥주 맛있다고 말했던가? 기가 막히다. 단언컨대 인생 생맥주를 만날 수 있다니깐.
또한 인테리어에는 흔히 말하는 '갬성'이라는 것이 듬뿍 묻어나는데 가구부터 소품까지 레트로풍의 아이템들이 그득해 이야깃거리 삼을 만한 것들과 말 그대로 '구경하는 재미'를 자극하는 지점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의 매력이 폭발하는 지점은 바로 음악. 장르의 스펙트럼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 현인 아저씨의 <서울야곡>이라던가 방실이 언니의 <서울탱고>가 흘러나오는 날에는 크어어, 술이 나를 부르는구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 물론, 개인 취향이다. 흠흠.
분위기, 음식, 음악까지 다양하고 독특한 매력이 가득한 곳인데 다만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이를테면 음악소리를 줄여달라고 한다던가, 물을 달라고 한다던가, 신청곡을 한다던가, 신청곡을 한다던가, 신청곡을 한다던가.... 뭐. 그런 간단하고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다. 이대로 곱게 늙으면 왠지 손맛 좋고 인심 좋은 욕쟁이 할머니로 자랄 것 같은 털보 사장님에게 앞서 말한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누적되는 경우 진행형 욕쟁이 할머니가 가끔 강림하시기도 한다. 뭐. 아주 가끔.
제주스러움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왜 이 곳을 내가 생각하는 '제주스러움'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 가게와 이름, 그리고 사장님을 뚝 떼어다 을지로라던가, 연남동 어딘가에 내려놓는다고 상상을 한다면, 아니 아니, 제주도가 아닌 곳의 모습이 상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랄까.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체, 온통의 섬과 같은 곳, 바로 나도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