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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제주 Oct 26. 2018

'커피'가 맛있는 카페 <트라인 커피>

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11)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등장한 이후부터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바리스타에 대한 선망과 급격히 커지는 한국의 커피시장이 맞물려 우후죽순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이 남발되고 그 공신력과 유효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판도가 정리된(?) 듯하다.


자격증이 무어가 중허겠냐만 커피를 배우겠다고 기웃거리면서 한창 카페쇼를 전전하던 즈음 우연히 바리스타 대회를 현장에서 접한 이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더랬다. 바리스타 대회라니 다들 프로일텐데 대체 무엇을 평가한다는 것인가 의아한 마음이었지만 대회를 지켜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겠더라. 유려한 흐름과 같은 움직임,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한 잔의 커피가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말이다.








트라인커피는 국내외 유명 바리스타 대회를 두루 섭렵한 윤혜원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이다. 타이틀이 뭐 중요하냐고? 글쎄 다르더라니깐. 중산간 한참을 들어간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인 와흘리에 위치하고 있어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면서도 여기에 진짜 카페가 있긴 있어? 싶은 길에 문득 나타나는 그곳.





겉에서 보기엔 제법 커다란 건물 같아 보이는데 막상 안쪽으로는 층고가 높고 카페 치고는 넓은 주방이 있어 테이블이 많지 않다. 엔티크풍의 가구와 그림으로 내부가 채워져 있는데 양쪽 모퉁이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그릇장과 찻잔 컬렉션이 그득해 그대로 들쳐 메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다.





이 곳의 1번 메뉴는 크림 롱 블랙.

평소라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99퍼센트의 확률로 주문하지만 여기가 바로 그 나머지 1퍼센트를 찾게 되는 곳인데, 과연 믿고 마실만 하다. 이름 그대로 롱 블랙에 부드럽게 휘핑한 크림이 올라가 있는데 웨지우드 잔의 우아한 분위기와 기가 막히게 찰떡궁합인 비주얼이다.


크림을 섞지 않고 그대로 쭈욱 잔을 기울이면 먼저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입술에 닿고는 두툼한 크림을 뚫고 진하고 산뜻한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상상만 해도 절묘한 조합인 데다 한 입 마시고 커피잔을 내려놓으면 입술에 살짝 크림이 남아 같이 간 상대에게 끼를 부리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


그냥 커피 그대로의 맛도 너무 궁금해 아메리카노도 주문해 보았는데 명불허전, 맛이 아주 좋다. 간만에 진짜 '커피가 맛있는 집'을 찾았다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곳이랄까. 카페는 많아도 커피 잘하는 집은 찾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곳인데 살짝 알려드리는 거다.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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