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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나 Dec 07. 2020

우동집

 나에게도 생겼다.

 단골집이라는 곳이.


 면 요리 중에서도 우동과 칼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이곳 영종도에 와서 꽤 행복하다. 물론 이사 오기 전 살던 곳에도 면 맛집은 많았다. 아니 더 많아야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약 10년 전 일본의 시코쿠 지역에 간 적이 있다. 우동이 유명하다고는 하던데 어느 집이 맛집인지, 사누키 우동이라는 게 뭔지 알지도 못했다. 우동을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우리나라식의 가락국수나 일본식 우동이라고 하더라도 뜨끈하고 짭조름한 국물 위주의 우동만 먹어보았을 뿐이었다.

 우동으로 유명한 동네라고 하니 우동으로 식사를 해결할 겸 중심상가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허탕이었다. 정기휴무 날이었을까? 상가의 거의 모든 가게는 문이 닫혀있었다. 그나마 한 군데 열려있던 곳이 일본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거로 알고 있는 우동체인점 뿐이었다.

 혹시나 해 긴 아케이드를 괜히 왔다 갔다 해보았다. 그때 한국말이 들렸다.

 “저 혹시, 한국분들이세요?”

 “어머 한국분이세요?”

 “네. 여행 중이신 거예요?”

 “아뇨. 저희는 유학 중이에요.”

 시코쿠라는 지역에서 한국 유학생을 만난 것도 신기했고, 그들도 시코쿠에서 한국 여행객을 만난 것을 신기해했다.

 그들에게 우동집 문 연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오늘은 없을 거라며 아까 본 체인 우동집을 알려주었다.

 결국 이곳뿐인 것인가. 어차피 갈 곳도 없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다른 식당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그 체인점으로 들어갔다. 일본어는 기초반 수준이고 직접 쟁반을 들고 주문을 해야 하는 방식이 처음이라 어리바리하게 주문했다. 그렇게 받아온 나의 쟁반 속 우동은 내가 주문했음에도 뭔지 모를 비주얼이었다.

 우동인데 국물은 없고 달걀이 들어가 있었다. 설상가상 그래도 맛있게 한 입 먹어보려고 하는데 작은 날파리가 면 위에 살포시 떨어졌다.

 점원에게 말해야 하나? 말도 안 통하는데 말해서 무엇하리.

 잠깐의 고민을 마치고 파리가 떨어진 부분만 살짝 걷어내고 먹었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세세하진 않지만 ‘면이 꽤 두껍고 소스가 참 맛있네’라는 기억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우동이 유명한 마을에서 다소 허무한 경험을 한 후,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우동이 붓카케우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의 일본 여행에서 붓카케우동을 맛보았는데 웃긴 건 진짜 맛있다고 처음 느낀 붓카케우동은 강원도 속초의 한 우동집에서였다. 남편과 나는 동시에 그 우동에 빠져서 서울의 맛집도 찾아다니고 집에서 직접 해 먹기도 했다.


 그렇게 붓카케우동에 흠뻑 빠져있을 때쯤 난 영종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맛집 찾기가 취미인 나는 영종도 맛집을 줄기차게 검색해보곤 했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사누키 우동 집!

인천 내륙에서도 찾기 어려운 자가제면 사누키 우동 집이 영종도에 있다니!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깔끔하고 사장과 직원 모두가 친절하다. 남편과도 가고 언니를 데리고 가기도 하고 엄마를 모시고 가기도 하고 나 혼자서도 가고 있다.

 투박한 동네 분위기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려나. 하얗고 네모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뻥 뚫린 오픈 키친이 눈에 띈다. 카운터석에 앉으면 면을 삶는 모습, 튀김을 튀기는 모습, 그릇에 담아내고 토핑을 하는 모습을 아주 가깝게 볼 수 있다.

 쫄깃하고 탱글한 면발이 참 좋다. 보통은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두꺼운 면 요리를 먹으면 밀가루 냄새가 나고는 하는데, 이런 이유로 두꺼운 면 요리를 싫어하는 남편도 사누키 우동 면은 아주 잘 먹는다.

 상큼한 소스에 적셔진 쫄깃한 우동면을 호로록 씹어 삼킨 후 바삭하게 튀겨낸 새우튀김을 한입 물면 내 몸은 기쁨으로 요동을 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상체를 좌우로 흔들곤 한다. 우동 한 그릇으로 내 마음과 내 몸이 이렇게 활기차 진다.


 이 우동집에 대해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고 난 후 직접 뽑은 면 사진도 한 컷 찍어서 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우동집에 들러 주문을 하고 앉아 이런 내 생각을 남편에게 슬쩍 얘기했다. 수줍음이 많은 나는 직접 부탁은 못 하고 고맙게도 남편이 대신 얘기를 해주었는데 아주 흔쾌히 면을 보여주셨다.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소중하게 뽑아낸 면을 나도 소중하게 사진으로 남겼다.



 차가 없는 나는 이 우동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좁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나에겐 수고스러움이 아니고 영종도의 골목길을 걷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차가 없는 사람에겐 꽤 불편한 영종도이지만 도심과는 다른 느낌, 여유롭고 평안한 골목골목의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행복한 곳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끝나가고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냄새가 다가오고 있다. 코끝 시린 가을이 깊어지면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카케우동도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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