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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eric Kim Sep 21. 2019

인사의 힘

그 나라 언어로 인사를 한다는 것의 의미


¡Hola!(안녕!)

¡Hola! Que tal?(안녕, 오늘 어때?)

동네 대형마트를 들어서며 1번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는 '사이다(Saida)'에게 웃으며 인사한다.

바쁘게 계산하는 와중에도 우리를 쳐다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다.

"내일부터 여기 축제 기간이라 4일간 마트 문을 닫아. 그러니 필요한 것 있으면 오늘 다 사는 게 좋을 거야."

상냥한데 친절하기까지 한 사이다가 우리에게 귀띔해준다.

그녀 덕분에 휴일 식량 제대로 비축하며,

'사이다를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한숨 돌린다.


관광객으로 늘 북적이는 이곳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에 많아야 두세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이방인인 우리 부부가 사이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인사의 힘 덕분이었다.

볼 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몇 번 하고 나니 자연스레 그녀가 우리를 기억하게 되었고, 계산하면서 잠깐씩 나누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더해져 이제는 그녀가 우리 안부까지 챙겨주는 사이가 된 거다.

'인사를 잘하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속담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진리인 게 분명하다.


크로아티아에서 생긴 일.

크로아티아 여러 도시를 평균 5일 정도씩 머무르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은 슈퍼마켓에 들러서 신선한 식재료를 사곤 했었다.

스플릿(Split)에서 머물 때의 일이다.


'인사는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상호 존중감 표시' 라 믿는 우리 부부는 그날도 어김없이 마트에서 그곳 직원들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인사를 했다.

"Dobar dan!(안녕하세요!)"

양고기를 살 요량으로 정육코너에 들러 고기를 보다가 원하는 질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에, 정육코너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께 '수고하세요' 인사한 후에 돌아서려는 때.

아저씨가 우리에게 기다리라 손짓하셨다.


크로아티아어라고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이렇게 세 가지밖에 모르는데, 혹시나 아저씨가 우리가 그 언어에 능통하다 오해하셔서 대화를 시작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잠깐 스쳤다.

그런 나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준 아저씨의 능숙한 세계 공용어 바디랭귀지가 시작되었으니.

마트 광고지를 펼쳐 보이며,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셨다.

모두의 눈동자가 빠르게 이동해서 만난 그곳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양다리 사진과 함께 할인행사 시작을 알리는 날짜가 큼지막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의 세 마디 크로아티아어 실력과 정육코너 아저씨의 짧은 영어가 합쳐져 얻어진 결론.

'내일부터 질 좋은 양고기 세일이니, 내일 와서 사라!'

덕분에 우리는 다음 날 크로아티아 버전 최고의 양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의 또 다른 일화.


"그 치즈빵은 어제 팔다 남은 거라 맛이 별로 없을 거야. 다른 빵 사던지 아니면 오후에 다시 와."


하루에 한 번씩 들렀던 빵집이 있었다. 크로아티아 전통 치즈빵(Strukli) 맛의 매력에 빠져서 같은 빵집에 매일 갔었다.

두 번째 날 그 집에 갔을 때 문을 열고 들어서며, 웃으며 'Dobar dan' 인사하고 익숙한 그 자리에 진열되어 있는 그 치즈빵을 사려고 하는데, 빵집 주인아주머니가 유창한 영어로 우리에게 하신 말이었다.


말을 듣고 나서 1초간 당황하고 오랫동안 가슴속이 참 따뜻했었다.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딱 한번 본 우리를 기억할 만큼 그녀의 기억력이 초능력인 건지 아니면 그녀의 정직한 상도에서 우러나온 말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서로 주고받은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주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태국에서 '사와디 카(Sawadee Kha)'

처음 태국에 가기 적어도 두 달 전부터 남편은 태국어 공부에 푹 빠져있었다.

노트에 태국 알파벳을 일일이 써가며 단어를 쓰고 외우는 것을 반복했다. 기본적인 인사 표현부터 음식 주문하는 법, 맛있다, 좋다, 심지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까지.

그런 남편을 보며 내가 속으로 한 생각은...

'저걸 뭐하러 공부하지?' 였었다.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나라 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는 게 당연한 문화이다.

식당, 상점, 길거리 노점에서도 가슴 앞에 합장하고

'사와디 카 또는 사와디 캅'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는 곳 어디에서든 현지인들과 인사를 했었는데...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면, 어김없이 그 현지인 분들이 나에게 태국어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식당에서는 뭘 주문할 건지를 내게 태국어로 물었고, 길거리 노점에서는 어떤 과일 사고 싶은지를 내게 물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황스러워하며 머리에서 땀을 삐질 흘렸고, 내 옆에 있던 남편은 그간 열심히 갈고닦은 태국어 실력을 그분들께 뽐냈다.


"라오 마이 차이 콘 타이 캅.(우리는 태국 사람이 아닙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그 현지분들 박장대소했다.

남편이 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을 테니, '우리 태국 사람 아니에요.'가 남편이 하는 농담 정도로 받아들여졌을 거다.

상황이 그쯤 되면 내가 나서야 했다. 남편에게 스파르타식으로 교육받고 암기한 문장을 말했다.

"타오 마이 차이 콘 타이 카. 마 작 까울리.(저는 태국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사람이에요.)"

내 이 말을 듣고 난 후 현지인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그렇구나. 너 근데 치앙마이 사람 정말 닮았어.' 이거나,

'아 그래?! 그래도 same same.'

그럼 난 그냥 웃었다.


'맞아요. same same! 우린 다 지구라는 큰 별에 사는 작은 점이지요. 그러니 sam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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