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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작 Mulgogi Apr 21. 202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Part 1)

:  2009년의 우리들, Nothing Better 외 음악 추천

아주 길고 단 잠을 잤다. 주말이 지나간 시간이 꿈같아서 일요일 틈틈이 쓴 메모를 정리해본다. 그러다 불현듯 어느 시절,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음악 선곡과 함께 새로운 글쓰기 프로젝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던 청소년 시절부터 늘 나와 함께였다. 기쁠 때나 즐거울 때 슬프거나 외로울 때조차. 그러니 음악은 모든 걸 알고 있는 셈이다.




아침.

오랜만에 밤에 자서 아침에 일어났다. 밤과 낮이 바뀐 지 오래된 사람에게 규칙적인 생활은 쉽지 않다. 마침 일요일 아침이라 Maroon 5의 Sunday morning 들으며 세탁기를 돌리고 음악 선곡을 한다. 요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OST가 인기라 음악 어플 상위에 랭킹 되었다. 응. 답. 하. 라. 시리즈 신원호 감독님 x 이우정 작가님 조합이라 OST도 응답스러워 정감 간다. 규현 버전도 좋지만 <화려하지 않은 고백>은 역시 승환 신 버전이 더욱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못지않게 절절한 <꽃>도 찾아 듣는다. 다음은 뭘 들을까 하며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소생시킨다.

오늘처럼 흐리고 여유로운 주말 아침이었다. 아직 채 잠에 깨지 않은 달콤함과 몽롱함 속에서 귓속을 간지럽히듯 내려앉는 목소리.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연둣빛 아이팟 재생 속 감미로움이다. 이 고질적인 의식의 흐름은. 늘. 갑자기. 불현듯. 찾아오는 법이니까. 그래서 또 뜬금없고도 갑자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고 싶은 것이다. 마르셀이 스완네 집 쪽으로 난 길과 귀족 게르망트 가의 별장으로 난 길 중 어느 쪽을 택했고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아갔는지 궁금하다. 끊임없는 시간의 상실 속에서 끊임없는 기억과 망각을 거듭하며 과연 사람들은 과거와 습관을 상실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억'에 있다는 이 7편짜리 소설이 퍽 나의 기억과 습관과도 닮아서. 왠지, 이 소설을 읽으면 희미하게나마 답을 찾을 것도 같다.


정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Nothing Better를 무한 재생하기에  날씨도 한몫 거들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8명으로 줄어든 4월의 세 번째 일요일 오전. 강변북로는 꽤 한산했다. 감성적인 음악과는 이질적인 컨테이너 풍경이 지나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봄꽃은 활짝 피웠는데 우린 언제쯤 이 지루한 #공놀이를 마칠 수 있을까.


* 참깨와 솜사탕의 '공놀이'에선 ㅡ 해와 달처럼 완벽한 이별이란 존재할 수 없는 건지. 간단하게 끝나버릴 순 없는 건지. 이렇게 지루한 공놀이, 라며. 이별 후 텅 빈 감정과 슬픔을 공놀이로 비유했다. 나 역시 이 노랠 들으며. 가끔 날씨나 음악, 향기가 불러들이는 억 기(憶起)를 겪는 지금 이 순간 조차 공감 가는 부분이 크다. 나아가 혼자 겪는 이별의 슬픈 공놀이 외에도, 이별의 앞과 뒤에서 끝내지 못한 두 사람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공놀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밤.

귀가해서 어제 산 차를 우린다. 코끝에 향긋한 향이 맴돈다. 음악을 켠다. 스피커 볼륨을 조금 높인다. 오늘은 멜로디보다 가사가 특히 더 와 닿는 음악을 찾아 듣는다. 꾹 다문 입 밖을 나갈 수 없는 말들 때문이다. 나의 에두른 표현들은 기승전결에 따라 쓰인 글은 아니지만 숨은 그림 찾기와 같다. 형상화되지 못한 표현은 음악이 되어 방안을 유령처럼 떠돌다 다시 내 귓가에 내려앉길 반복한다. 출렁이는 마음도 어느새 잦아질 거란 걸 안다. 유령이 된 말들과 달큼한 차 향에 취하는 밤이었다, 어제는. 



Part 1. 2009년의 우리들, Nothing Better (than you) 외 음악 추천


Baby, it's 3AM..으로 시작하는 Fiding Hope의 음악을 시작으로, 의식의 흐름 혹은 무의식의 흐름으로 소생시킨 기억의 역사. 2008년 늦가을부터 2009년 봄의 기억에 편중된다. 중간중간 그 시절에 듣던 음악은 아니지만 가사가 와 닿는 최근에 알게 된 곡들도 함께 정리한다.


플레이리스트를 들여다보니.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상황이라든지. 언제 처음 들었는지. 혹은 누구의 추천천을 받았는지. 각 음악마다 스토리와 추억이 서려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는 또 다른 글을 쓸 때 영감이 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의 첫인상에 대해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떠 오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선명하고도 오래도록 첫인상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인연이라 했던가.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꽤 많은 사람들의 첫인상을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첫인상과 그들이 떠올리는 나의 첫인상이 다를 순 있겠지.  드라마 <반의 반>에서 하원과 서우도 서로의 첫인상을 서로 다르게 기억했으니. 


2008년 늦가을, 최초의 기억을 떠올린다. 영어 회화시간이었는데 Are you a gay?로 시작한 나의 장난에 사뭇 진지하고도 예민하게 반응한 그의 치켜뜬 눈썹이 검은 안경테 사이로 보였다. 당황한 게 틀림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한쪽 귀에만 귀걸이를 했다고 게이냐고 묻는 나의 장난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런 그의 기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다음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회화 주제가 있었는데, 서로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나는 막귀라 내 귀에 좋은 음악이면 장르 불문하고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멜로디와 가사. 둘 중 어떤 기준으로 음악을 듣는가. 내가 물었다. 그는 가사보다는 멜로디 좋은 음악을 선호한다고 했다. 나는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에 적힌 의미를 해석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멜로디와 가사 둘 다 좋은 음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음악은 서로를 연결해주는 최초의 통로였고 그는 나의 음악적 세계를 확장시켰다. '아침엔 좀 밝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해라. 저녁엔 좀 센티멘털한 노래를 들어도 괜찮다.' 라며, 좋은 음악이 있을 때마다 이건 당신 취향이니 들어보라 했다. 대체적으로 차분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한번 좋으면, 아침이고 낮이고 밤새 한 가지 음악만 듣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것도 내 성격의 특징이겠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아침엔 좀 밝은 노래를 들으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Paris Match, My chemical romance, Jason Mraz, Travis, 언니네 이발관, 루싸이트 토끼, W&Whale, Mondo Grosso, Nujabes...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그는 무수히 많은 음악을 추천해주었고, 그로 인해 알게 된 수많은 뮤지션과 음악은 나의 작은 음악세계에 1차적 빅뱅을 일으켰다. 그는 나의 좁은 음악적 식견을 넓혀주는데 분명한 역할을 했다. 이후, 나는 신선하고 좋은 음악에 대한 갈망으로 음악을 찾아듣는다. 정말이지 고질적이다. 




* 아침에  듣기 좋은 경쾌하고 신나는 곡 :

1) 일단 밴드 이름이 마음에 드는 MCR(My Chemical Romance)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추억이 돋보이는 가사와 드럼 소리가 경쾌하다. 

2) W&Whale의 R.P.G. Shine은 SK브로드밴드 광고 삽입곡으로 웨일의 편안한 목소리 발성과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가사 속 메시지가 재밌다. 오빠가 돌아왔다, 역시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하는 평범한 미소년의 결의가 느껴지는 멜로디는 경쾌하고 가사도 유의미하다. 

3) Jason Mraz를 알린 곡 I'm yours는 워낙 유명하니까 패스. 

4) 스웨덴 밴드 Kent의 Socker 도 아침이나 기분전환 시, 들으면 신나는데. 내 기준에서 신나는 음악의 특징은 드럼 사운드가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드럼 사운드가 들어가면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도 확실히 신나는 경향이 있다.


* 아침저녁으로 듣기 좋은 잔잔한 음악  :

일본 밴드 Paris Match의 Eternity (English), Free Tempo의 Kindly,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Nothing better, 루시드폴의 보이나요?, Kacey Musgraves의 Rainbow는 달빛 아래 밤을 걸으며 들으면 굉장히 로맨틱하다.


* 새벽 감성 음악 :

Paris Match의 Eternity (English), Free Tempo의 Kindly, Kacey Musgraves의 Rainbow, Conan grey의 Lookalike, Sam Smith의 To Die For, Travisd의 Writing to reach  you, Rachael Yamagat의 Be be your love, Finding Hope의 3:00 AM, W&Whale 최종병기 그녀.


* 고백하기 좋은 음악 :

루시드폴 보이나요?, 케이시 진심이 담긴 노래, 이승환 화려하지 않은 고백, Jason Mraz의 I'm yours.

 

* 이별 후 들으면 눈물 날 것 같은 음악 :

넬 Part2, 이승환 꽃, 에피톤 프로젝트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노을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고유진 제자리걸음, 홍민정 아마도 그건, Travisd의 Writing to reach  you, Rachael Yamagat의 Be be your love, Finding Hope의 3:00 AM.


* 공허하고 텅 빈 마음과 같은 음악 :

언니네 이발관 아름다운 것 & 2002년의 시간들, 노 리플라이 오래전 그 멜로디 & 이렇게 살고 있어, 참깨와 솜사탕 공놀이, W&Whale 최종병기 그녀, 옥상달빛 보호해줘, 브로콜리 너마저 2009년의 우리들, Conan grey의 Lookalike, Maroon 5의 Nothing lasts forever & Better that we break & Sunday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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