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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작 Mulgogi Feb 22. 2020

슬픔의 잔재는 희망이 된다.

시인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고.

제목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저자 : 박준

출판 : 난다

발매 : 2017.07.01.



이 책은 시인 박준의 산문집인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두 편의 시집에 대한 연의(演義)가 담겨 있다. 시인의 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의 일상과 생각을 담담히 풀어낸 일기 같다고나 할까. 현대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그의 시는 어렵지 않다. 일기처럼 그가 꼭 읽어주듯 써 내려간 그의 문체를 사랑한다.


2014년 하얀 눈꽃이 소로로 피어오르던 날, 그  눈이 마법 가루처럼 날리는 날.  생의 하얀 기억이 꽃잎 되어 흩날리고, 너무 아름다워 슬픈 어느 날.  박준 시인의 ㅡ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ㅡ 라는 시구가 내내 따라다녔다. 내 마음이 시인이 된 슬픈 하루. 그런 날은 사람도 아니요, 시로 위안을 삼는다. 시가 주는 위무는 따뜻하다. 아마, 그즈음부터 시를 읽는 것만으도 좋지만, 읽는 것만으로 부족해 시를 쓰기로 했다.


그날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글을 읽고 절친한  친구가 말하길 

내 글을 읽다가 슬퍼서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다고 했다. 


그  글을 바탕으로 난 두 편의 시를 썼다.  <시무(詩撫)><가름끈>인데, 

2018년, 제 14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에서 맥심상(시 부문)을 수상한 게 <가름끈>이다.

이후  위 두 시에 대한 연의(演義)를 썼다.


내가 시를 읽고 쓰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박준 시인이다.

그의 시집. 시의 가장자리를 얼마나 접고 접으며, 읽고 또 읽었는지.


슬픔이 따뜻해봤자라고 하지만 슬픔은 힘이 강하다.

따뜸함이 묻은 슬픔은 사람을 살게 한다.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슬픔을 베이스로 한 희망이다.

슬픔의 잔재는 희망이 된단다. 



<박준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하루는 빗소리에 하루는 좋아하는 뮤지션 에피톤 프로젝트의 새 음악에 취해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온 세상이 말갛다. 제출해야 할 과제의 마감 기한이 연장되어 이참에 미뤄뒀던 좋아하는 박준 시인의 산문을 읽었다. 산문도 시처럼 써 내려 간 그의 문체와, 사소한 이야기도 특별하게 풀어내는 그의 사유를 볕이 잘 드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읽고 싶어졌다. 가려던 목적지에서 발걸음을 돌려 인사동에 왔고 운 좋게도 카페 수요일, 테라스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은 결국 내가 살아오면서 봐왔던, 읽었던, 경험하고 느꼈던 것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본을 쓰면서 한계를 느꼈고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읽고 봐야겠다. 볕이 좋은 오후다.


ㅡ 2018.1017


<박준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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