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여름비에 대한 단상

여름비는 지상에 살기엔 버거운 슬픔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 내리는 것

by 드작 Mulgogi

여름 비는 지상에 살기엔 버거운 슬픔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 내리는 것이다.


어느 날. 여름 비는 지상에 살기엔 너무 버거운 슬픔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 내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별이 된 그것은 ‘슬프면 슬픈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한껏 슬퍼하라’는 어떤 이의 조언에 따라 슬퍼하지 않기 위한 어떤 발버둥도 치지 않았다. 담담하고도 얌전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느 슬프고 까만 밤에는 두 손으로 다리를 감싸고 웅크린 채 슬픔을 받아들였고, 또 어느 화창한 날에는 초라한 자신에 비해 너무도 환한 세상 속에서도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슬픔이 지나간 자리를 묵묵히 바라보다 더 이상 슬프지 않은 순간이 오면, 밤하늘의 별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지상으로 떨어지는데 그게 여름 비이고, 지금 내리는 여름 비는 그 슬픔의 잔광 일지 모른다.


아마 나는 그때 몽구스(Mongoose)의 <별이 비가 되던 여름밤>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노랫말 속 그 별은 나의 슬픔이 하늘로 올라간 거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음악을 무한 재생한다. 맛있게, 많이. 포만감에 만족스러울 만큼 밥을 먹는다. 따뜻한 물에 오래오래 샤워를 한다. 어질러진 방을 치우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를 묵묵히 바라본다. 더 이상 슬프지 않은 순간이 온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은 제 소임을 다하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여름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