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박 5일간의 마지막 수습을 마치고 돌아왔다.
수습을 한번 나갈 때마다 상당한 체력과 함께 정신력을 요한다.
오늘은 푹 잠이나 실컷 자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늘어져 있을 수만은 없어 밥을 차려 먹고 밀린 빨래를 하고 주섬주섬할 일들을 정리한 후 그간 보고 싶었던 영화 세 편을 봤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와 얀 샤무엘 감독의 디어 미, 그리고 러브미 이프 유 데어이다. 영화를 보고 저녁이 되면 달리기를 하는 일도 잊지 않으려 한다.
그중 소피 마르소 주연의 <디어 미> 마지막 장면이다. 꿈을 충분히 크게 가져야지, 그 꿈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라고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다 한다. 현실에 치우쳐 내게도 꿈이 있었는지 그 꿈이 잡힐락 말락 사라질 때면 떠올려야겠다. 빈 수레가 요란하지 않도록 말보다는 행동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 공부랑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자.
예년에 읽었던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에 나오는 글귀도 참 공감이 간다. 간절하지 않으면 꿈도 꾸지 마라. 그리고 수습 중에 사장님이 해주신 말. 꿈을 꾸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꿈은 망상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간절함을 품은 꿈을 꿀 것.
만약 그러한 꿈을 품었다면 간절한 만큼 노력할 것.
오늘 내가 푹 늘어져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였다. 수습 기간 동안 가졌던 생활 리듬과 긴장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바쁘게 사는 삶을 지향하지 않지만 이 일을 습득하여 내 것이 될 때까지는 매일 할 일들을 규칙적으로 하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 영어 회화, 영국 및 아일랜드 역사, 수습 내용 정리 및 습득, 운동하며 체력 기르기. 그리고 또 다른 나의 할 일들. 사람책 읽기와 원고 쓰기. 외에 나를 위한 휴식 시간도 주어야겠고.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모두 할수록 재밌는 일들이기도 하다. 다행이다. 어렵고 힘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고생이라 여겨지지는 일보다 해보고 싶고 보람되고 재밌게 여겨지는 일이 더 많아서.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큰 실수도 작은 실수도 하고 있지만. 도중에 관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를 위해서 나의 부족한 역량을 채워 놓아야겠다.
포기란 없다. 갑자기 예전 회사의 소장님이 포기란 배추 썰 때나 필요한 거야,라고 하신 말씀이 스친다. 피식. 내가 믿는 것을 믿는다. 혹여 나중에라도 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한 즐겁게 의무를 다할 생각이다.
힘들 때마다 흘린 눈물만큼 지금 이 시기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늘, 그랬듯.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