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삶, 기네스북에 오른 9000년 임대계약서
모든 건 아서로부터 시작되었다. (It all began with Arthur)
아일랜드 하면 1759년 아서 기네스가 만든 세계 최고의 흑맥주 기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창립자 아서 기네스는 자신이 만든 맥주에 대한 신념이 아주 강해서, 제품 로고에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하프 문양과 자신의 가문 이름 기네스Guinness를 사용 및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이는 아일랜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상징하며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인이 기네스를 즐겨 마시며 애호하게 된 근간이 되었다.
나는 잠시 동안이지만 아일랜드에서 국제 여행 가이드를 한 경험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창립자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와 기네스스토어 하우스(Guinness Storehouse)ㅡ유럽 전통 흑맥주 기네스의 제조과정과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ㅡ 에 대해 몇 가지 재밌는 이야기들을 들려 드리고자 한다.
거품이 풍부하고 묵직하면서 고품격 맛이 느껴지는 흑맥주, 기네스에는 어떤 재료들이 들어갔을까.
흔히 물이 맑고 좋은 곳에서 술이 생산된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물이 좋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는 맥주가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가 유명하다. 아일랜드의 물이 좋은 이유는 바로 땅 속의 이탄과 토탄 때문이다. 이끼가 탄화된 것이 이탄, 땅이 탄화된 것이 토탄인데, 석탄보다는 발열량이 적기 때문에 가정의 난로의 연료용으로 쓰였으며, 바로 이탄과 토탄의 성분이 물을 깨끗하게 정수하는 기능이 있어서 아일랜드의 물이 좋다.
기네스 맥주에 사용하는 물은 아일랜드 위클로우 마운틴에 있는 록크 테이(Lough Tay)에서 직접 가지고 와 사용하고 있다. 록크테이는 검은 호수와 모래로 마치 기네스 맥주를 닮은 형상과 같다고 기네스 호수라고도 불린다. Tay가 게일어(아일랜드 언어)로 Tea라는 뜻이라 한다. 록크 테이는 기네스 일가의 사유지이지만 일반인과 관광객이 산책을 할 수 있다.
1. 기네스 맥주의 재료에는,
록크테이의 물(Water) 외에도 밀 보리(Barley), 홉(Hops), 효모균(이스트 Yeast)이 있다.
첫 번째, 밀 보리(Barley). 로스트 하우스에서 보리는 섭씨 232도로 굽는다. 아서 기네스 2세는 기존의 제조법을 바꿔 발아된 보리인 몰트가 아닌 볶은 보리를 재료로 사용해 깊고 씁쓸한 풍미를 가진 ‘드라이 스타우트’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바로 이 술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같은 풍미와 맛을 선사하는 맥주계의 명품, 기네스가 된 것이다.
두 번째, 홉(Hops). 맥주집을 호프집이라 부르는 이유가 홉을 넣는 이유는 맥주의 맛을 부드럽게 하며, 거품과 쓴 맛을 내기 때문이다. 또한 홉은 중요한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세 번째, 효모균(이스트 Yeast). 1759년 당시 이스트(Yeast)는 매우 귀했다. 황금 1kg 가격과 이스트 1kg의 시세가 같아서 블랙골드라 불리며 황금과 같은 값어치를 가졌고, 실제 금고에 보관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다섯 번째 재료는 무엇일까.
2. 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삶과 박애정신
아서 기네스는 더블린에서 한 시간 반가량 떨어진 킬데어에서 태어나, 조실부모 후 친척 집에서 양자 생활을 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아일랜드의 가난한 소작인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값싸고 영양도 만점인 음료를 만들었으며, 그 기네스 맥주의 성공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된 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시했던 기업가다.
모든 공원과 유적지에 후원하는 등 특히 직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처음 도입했으며, 기네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힘썼다. 이러한 아서 기네스의 박애 정신이야 말로, 세계적인 흑맥주 기네스의 가장 근본이 되는 재료라고 할 수 있겠다.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2층에 아서 기네스의 초상화가 걸려있는데, 방문한다면 꼭 보도록 하자.
3. 기네스 맥주의 탄생
기네스 맥주 탄생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아서가 스무 살 때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다 현지인이 마시는 검은 맥주를 맛보고, 맛있어서 제조 비법을 알아와 아일랜드에서 만들게 된 것이 시작이라 한다. 그는 맥주 양조장의 감독관이었던 아버지 리처드 기네스의 슬하에서 자라며 성장 과정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맥주 양조에 대해 접했다.
조실부모 후 영국으로 맥주 기술을 배우러 다녀오기도 한 아서는 1755년, 대부로부터 물려받은 100파운드의 유산으로 더블린에서 차량으로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킬데어 카운티에 있는 레이 슬립(Leixlip)에 양조장을 차리고 에일(Ale)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더블린의 양조 사업은 사양사업으로 위스키나 밀주가 더 인기 있던 시절이다. 기네스는 에일 맥주로 시작하였으나, 런던에서 생산했던 포터 맥주, 즉 하역인부들이 즐겨 마시던 흑맥주(스타우트, 포터)가 더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만의 비법으로 스타우트 맥주인 기네스를 만들며 본격적인 맥주 생산에 들어갔다.
4.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양조장에서 기네스스토어하우스가 되기까지
1759년 12월 31일, 아서는 10년간 폐허로 있던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양조장(St. Jamess's Gate Brewery)을 더블린 시로부터 임대했다. 그것도 무려 9000년 동안 연간 45파운드의 금액에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 9000년 임대 계약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하기로 하고, 이 양조장이 어떻게 지금의 기네스스토어 하우스가 되었는지 잠시 기네스사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
1769년에는 처음으로 영국으로 기네스 맥주를 수출하기에 이르렀으며, 1803년 아서 기네스가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으며 아일랜드 국민맥주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일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1862년에는 아일랜드의 국가적 상징인 하프 그림과 아서 기네스의 사인이 들어간 담황색의 타원형 라벨이 처음 선보였다. 1876년에 하프가 트레이드 마크로 등록되었다.
1988년까지 더블린 8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양조장은 기네스의 생산기반시설로 사용되었으며, 2000년에 이름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Guinness Storehouse)로 바꿔 일반인에게 고개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의 박물관이 되었다.
5. 9천 년 최장기간 임대에 서명, 기네스 북에도 오르다.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본격적인 맥주 생산을 시작한 후. 더블린 성 밖에 늪지대에 맥주 공장을 차리고자 임대를 원했다. 그는 더블린 시청에 찾아가 '90년 동안 1년에 45파운드를 시청에 내고 이 땅을 임대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더블린 시청은 '봉 잡았다!'라는 반응이었다. 당시만 해도 쓸모없는 땅을 아서가 사겠다고 했으니, 더블린 시에서는 두고두고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주 특별한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계약서는 라틴어로 작성되었다. 아서는 라틴어를 몰랐다. 그 사실을 이용한 시청 담당자는 임대기간을 슬쩍 90년이 아닌 9,000년으로 변경했다. 라틴어를 몰라던 것이 그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서는 현재 기네스북에도 오른 최장 기간 무려 9000년 임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만 것이다.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Ground층(일층) 바닥에는 아서 기네스가 1759년 직접 서명하고 봉인한 임대 계약서가 투명한 유리 바닥에 전시되어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길 바란다.
6. 영국에 본사를 둔 디아지오(Diageo)사 : 조니워커, 베일리스, 스미노프 등.
1986년, 기네스는 딤플, 조니워커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디스틸러스 컴퍼니(Distillers Company)를 인수. 1997년, 베일리스, 스미노프 등을 소유하고 있는 그랜드 메트로폴리탄(GrandMet)과 합병하여 회사 이름을 디아지오(Diageo)로 바꿨으며, 본사는 1932년 이후로 영국 런던에 있다.
현재 기네스는 합병하여 디아지오사(Diageo)에 속해있지만, 계약서는 승계되기 때문에 디오지오사에서 1년마다 매년 45파운드를 꾸준히 더블린 시청에 내고 있다고 한다.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양조장이 1759년에 설립되었으니 앞으로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1만 759년까지 8,700년 이상의 임대기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2022년 기준. 8,737년)
7. 기네스 북
기네스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기네스북은 기네스 일가의 독특한 취미 중 하나인 세계의 진귀한 기록을 모아놓은 것인데, 기네스는 해마다 세계 최고 기록을 모아 발행하는 기네스북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1951년, 당시 기네스의 대표이사였던 휴비버(Hugh Beaver)가 친구와 사냥을 하던 중 영국에서 가장 빠른 새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기네스북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술집과 스포츠 클럽에서 떠들 법한 잡담들에 대해 통계자료를 얻기 위해 런던의 사실 확인 전문가 2명을 고용해 본격적으로 기네스북을 제작. 출시되자마자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기네스라는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현재는 기네스와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흑맥주 기네스를 좋아하고
언젠가 아일랜드 여행을 하게 된다면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를 한번 방문해보자.
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혼이 담긴 기네스 맥주 이야기와 9000년 임대계약서를 직접 볼 수 있고 기네스 맥주의 재료와 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다. 박물관 투어를 마친 후,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7층 바에서 티켓 가격에 포함된 1회 음료 쿠폰으로 기네스나 홉하우스13(기네스 사에서 내놓은 2nd 브랜드 라거)을 즐길 수 있다.
더블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감상하며
시원한 기네스나 홉 하우스13을 즐겨보자. 아주 꿀맛일 것이다.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홈페이지:
온라인 예약을 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
주소: St James's Gate, Dublin 8, Ireland
전화 : +353-1-408-4800
영업시간 :
09:30-19:00 (마지막 입장 : 5pm)
Summer opening hours (7-8월) : 9.30am - 21:00 pm (마지막 입장: 7pm)
홈페이지: https://www.guinness-storehouse.c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