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즈음 블로그로 알게 된 이웃 덕분에
존경하는 노희경 작가님의 사람, 사랑, 소통이란 주제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노 작가님은 그녀가 쓴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사람의 맛과 소탈한 멋을 풍기셨다.
내가 한국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생이라고 했더니 사인하시다 말곤
대뜸 ‘작가가 말만 한다고 작가가 아니야!’라며 ㅡ ‘써야 작가’라고 적어주셨다.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작가라는 멋에 취해 필받을 때 잠깐 끄적거리는 작가가 아닌 하루 정규 근무시간이 8시간이면 주어진 그 시간을 꼬박 책상에 앉아 꾸준히 계속해서 쓰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되고 싶다.
작가님께, 드라마 작가가 되어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은 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가끔 내가 왜 이리 어려운 길에 들었을까ㅡ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살짝 공유하자면) 실제로 내가 드라마 보조작가로 ON AIR 작품에 참여해 보니 드라마 작가라는 길이 정말 가시 밭길 같다. 신인 작가가 제작사와 메인 작가 계약을 맺고 기획안을 디밸롭 시켜 주인공을 캐스팅하기까지, 감독님 붙고 채널 편성이 나기까지, 길고 지난한 길의 연속이다. 업계에서 신인작가가 기획부터 방송까지 대략 3년이란 기간을 잡는다. 3년이란 시간 동안 고생해서 쓴 작품이 편성되고 방송까지 되면 정말 운이 좋은 거고, 주인공 캐스팅이 어렵다든지 편성이 안 나서 등등의 여러 이유로 엎어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인데 ㅡ 그럴 때마다, 과연 내가 메인 작가가 되면 이 모든 책임감을 끌어안고 쓸 수 있을까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지구가 돌듯 인생이 돌고 돌아서라도 내가 가는 이 가시밭길 같은 길이라도
이게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가는 거다.
또다시 마감이 돌아왔다.
막막한 터널에 들어선 것 같지만 터널 밖 한줄기 희미한 불빛을 방향 등 삼아 가야겠다.
美亭, Park˚ 파이팅!!
ㅡ 2019.06.09의 일기와 2023.11.02의 단상.
#노희경 작가님
<굿바이 솔로>부터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했다.
이 땐, 그냥 배우들 연기와 느낌이 좋아서 봤지 작가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봤던 것 같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정주행 3회 했고 <괜찮아, 사랑이야>에선 최고 정점을 찍었다.
나도 이런 드라마를 꼭 써야지, 하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라이브>는 뭔가 미드 느낌이 모락모락 나서 좋았고,
<디어 마이 프렌즈>,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사람 냄새나고 시의성을 반영한 작가님의 작품들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