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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oy May 19. 2020

원숭이는 원숭이

동화책 리뷰_01

비룡소에서 나온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 1단계.


어떤 기준으로 단계를 나눈 건지는 몰라도 짧고 단순한 이야기 끝에 오는 울림은 컸다.

조용하지만 따뜻한 울림.

바나나 Prost!!

처음에는 평화로운 원숭이 마을에 대한 이야기인 줄만 알고 읽어 내려갔다.


원숭이들의 일상은 우리 집 꼬마 3인의 일상과 닮아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쉬를 하는 모습으로 구체화되어 귀여움이 증폭되었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원숭이들의 일상, 특별할 게 없어서 행복하고 안심이 되는 하루하루.


그런데 어느 날 주인공 원숭이가 게에게 귀를 물리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전환된다.

고집불통인 게는 원숭이의 귀를 놓아주지 않았고 아프지는 않았기에 귀에 게를 달고 다니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귀에 달린 게보다도 더 집요하게 원숭이를 따라다닌다.




역시 나 혼자예요.


홀로 쓸쓸히 서 있는 원숭이에게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가져오신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으며 '할아버지의 꼬리를 물었던 문어' 이야기를 듣는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겪었던 이야기도...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을 망치는 일들...

원숭이는 자기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받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지낸다.

곧 고집불통 게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고,


어느새 게는 사라져 버린다.


상을 집요하게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고민들 걱정들 문제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게도 하는 생각들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다 보면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았던 문제들은 어느덧 잊히고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 듯 멀쩡하게 또 일상을 살고 있겠지.


코로나가 시작될 때, 이 전염병이 금방 지나갈 줄 알았다.

그렇게 낙관하다 생활이 달라지고 집 밖에 안 나가고 사람을 안 만나도

전염병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또다시 고개를 들고 또 고개를 들어

집이라는 수용소에 모두가 격리된 채 지내야 하는 날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낙관은 비관이 되고 끝을 알 수 없으니 견디기가 더 힘들다.


그냥 오늘을 살자,

그러다 보면 온갖 불길한 상상들은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되찾겠지

조금은 다른 모습의 일상일지라도


너는 내 옆에, 나는 네 옆에, 서로라는 이름 안에 있는 우리가,

서로의 고단함을 안아주면서.. 그렇게.


네가 혼자라고 생각될 때 네 앞에 피어난 무지개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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