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와 햇빛
축령산 새소리에 잠이 깼다.
산속에 사는 새들은 목소리가 맑디맑아 푸른 색을 띤 깨끗하고 투명한 계곡물 같았다. 우리의 전원주택은 바다가 아닌 산속의 새소리로 마음이 완전히 기울었다.
햇볕은 보송보송한 이불과 옷을 입게 해 주었다. 아침에 빨아놓은 빨래는 점심때쯤 걷어들여도 될 만큼 바짝 말라 있었다. 잘 마른빨래가 주는 깨끗한 냄새, 햇빛 좋은 마당의 빨래걸이도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5월의 산속 펜션은 계속 난방을 틀어도 밤에는 추웠다.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고 남편 체온에 기대어 잤다. 꼭 껴안고 잘 만큼 우린 그렇게 살가운 부부는 아닌데 추위가 둘을 붙여 주었다. 무조건 난방이 잘 되고 외풍이 없는 집이 필수였다. 물론 절절 끓는 온돌방이 그리운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전원주택의 필요한 조건들을 간접체험하며 기준을 세워 나갔다.
이제 낯선 곳에 왔으니 유명세를 탄 관광지를 돌아볼 차례였다.
봄에는 백양사, 가을은 내장사로 유명한 내장산.
5월 백양사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절까지 걸어가는 길은 무척 아름다웠다. 계곡 물 따라 걷다 보면 징검다리가 나오고 연못 주변에 사람들은 절보다 풍경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교 연합회가 있는지 팻말 아래 시끌벅적 야단이 났다. 조금 올라가니 스님이 기타를 치며 팝송과 가요를 부르는데 가수급이었다. 언제나 경치 좋은 곳은 사람 구경으로 지쳤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나는 것만 기억하니 백양사는 사람만 기억난다.
그리고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길, 영광군에 있는 백수해안도를 달리며 외쳤다.
"와, 나 정말 잘 살았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우리 둘은 행복했다. 그때 내 몸은 쇠약했지만 마음만은 건강했다.
김수현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이해받으려 하지 말고,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 애쓰지 말고 나의 행복에 관심을 가진 너그러운 개인주의자가 되고 싶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주변 사람들이 더 다가왔다.
이제 보리굴비를 맛볼 시간, 생각보다 늘 실망이 따르긴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가봤던 식당은 이전을 해서 찾아가니 폐업을 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들어간 집은 보리굴비보다 밑반찬이 더 맛있었다. 특히 전라도 김치는 늘 탄성을 지르는 맛이었다.
주변에 가 볼 곳도 많으면 좋겠구나. 특히 맛집도 많으면 금상첨화겠구나 싶었다.
장성의 황룡강 공원, 홍길동테마공원 등도 시간 내어 둘러보았다.
넘쳐나는 햇빛, 숨쉬기 편한 공기,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연 속의 전원주택에서 꼭 살아보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