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알게 된 집의 조건
전원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태도가 분명해야 한다. 내 집을 살 것인지, 빌릴 것인지, 살고 싶은 지역은 어딘지, 내가 거기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장성은 여러 가지 자연환경, 인심 등을 따져서 살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래서 한 달 뒤부터는 전원주택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장성 한 달 살이에 늘어난 짐을 서울집으로 끌고 오기는 쉽지 않았다. 한 달을 더 연장하여 그동안 찾아서 옮길 요량으로 발품을 팔았다.
우선 전세로 살아보고 싶었으나, 전세로 나온 집은 거의 없었고, 어쩌다 만난 전셋집은 집주인의 손길을 떠나 방치한 집 주변을 보며 돌아섰다.
주로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지역을 먼저 돌아다녀 보았다. 강화도, 포천, 파주, 유명산 부근 가평, 여주, 이천까지 다니며 물색을 했으나 마음에 끌리는 집은 없었다.
정보 없이 무작정 인근 지역을 둘러보고 부동산에 들어가 집을 보는 수순이었다. 무모했지만 직접 가봄으로써 현장 분위기와 집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산세나 공기를 따지며 강원도로 방향을 돌렸다. 이미 강원도에 1년 살이 떠난 친구의 소개로 양양으로 갔다. 산과 바다가 있는 지역이다. 부동산 소개로 여러 집을 둘러보았으나 상상의 집은 아니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면 빠르다지만, 역시 체감 거리는 멀었다.
인제에도 가 보았다. 자작나무숲 부근, 방태산 부근, 내린천 부근도 둘러보고 집들도 보았지만 인연이 닿지는 않았다. 속초, 강릉, 홍천까지 둘러보며 집 찾기에 돌입했다. 강촌에도 가보았다.
집을 찾는 여정은 여행 같기도, 수행 같기도 했다.
우리는 중간중간 콘도에서 쉬기도 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와 재정비하여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차츰 방법론이 생겼다. 유튜브 전원주택을 검색하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부동산과 연락하고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추천도 있어 경기도 양평을 집중적으로 돌아다녔다. 전원주택의 대명사답게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집들은 넘쳐났다.
주민센터와 가까운 집은 주변 경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전망 좋은 곳은 경사져 겨울 눈길을 상상하면 아찔했다. 그리고 전원주택 단지들이 다닥다닥 형성되어 있어 서울의 빌라를 연상케 했다.
동네와 외진 곳이 아니라는 장점은 있지만 갑갑해 보였다. 좀 널찍널찍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 100평 남짓하여 꿈꾸는 집이 아니었다.
그리고 겨울에는 어느 곳보다 춥다는 말과 서울과 가까운 만큼 도로가 막힌다는 말에도 흔들렸다. 그래도 미련을 갖고 집중적으로 찾아보았다.
새로 지은 친환경 목조주택은 마당이 좁았고, 집값은 비쌌다. 계약 직전까지 갈 뻔했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부르는 금액으로 장만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큰돈을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훌쩍 10일이 지났고 100채에 가까운 집들을 구경하면서 안목이 생겼다. 처음 출발할 때 방 하나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의 실내공간에 마당 있는 집이면 되었다. 그러나 점점 방과 화장실의 개수, 마당의 크기와 방향, 햇빛의 각도까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 집을 사고 강원도 지역으로 그곳은 자연 속에서 장성을 닮은 햇빛과 새소리와 정원과 조그마한 텃밭이 필요했다.
그제야 우리 부부는 우리가 원하는 집의 조건을 목록으로 적기 시작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했어야 할 일이었다.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쓴 책도 몇 권 사 읽으며, 우리 집만의 기준을 하나씩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