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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둔형 최작가 Mar 18. 2022

(10YEARS) 제1화. 2022년.

코로나, 저출산, 팍스 테크니카, ESG , 정치, 권력(220316)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녀는 이제 30일 된 신인류다. 그녀가 울면 나와 아내가 깨고, 이윽고 첫째도 잠에서 깬다. 그녀 외에는 별다른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그녀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둠보단 약간의 밝음이 그녀의 숙면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티브이를 켰다. 새벽까지도 무한정 반복되는 쇼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하루의 뉴스가 수십 번이고 반복되는 채널에 멈췄다. 그녀도 다시 잠이 든다. 나와 아내와 네 살 차이다.



  #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첫째보단 수월하게 출산하리라는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 물론 남자인 내가 출산을 논한다는 게 참 염치없지만, 그래도 두 번의 출산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유일한 사람으로서 처음보단 더 짧았고, 덜 위급했다. 아내도 회복이 빨랐으니 으레 난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만다. 2박 3일간의 입원이 끝나갈 때 즈음. 조리원 입소는 며칠 더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19년도에 ‘21년에서야 0.86명으로 최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던 합계출산율이 ‘20년 기준으로 0.84명이다.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21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더 낮을지도 모른다. 반등은 가능할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였던 우리나라가 이젠 세계에서 가장 적게, 그것도 빠르게 신생아가 줄어드는 나라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 반년도 전에 예약했던 조리원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대기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적게 낳는 나라지만, 아이를 위한 공간은 없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하루에 만명도. 오만 명, 십만을 넘기고 앞으로 이삼십만 명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조리원에는 아내와 아기, 그러니까 산모와 신생아만 출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당 시설에서 음식을 만들고, 외부 사람과 상담하고, 아기를 돌보는 모든 이들이 조리원에서만 생활한다는 것도 아니다. 방역은 항상 어딘가에서 아주 조그마한 허점을 증거처럼 남긴다. 아내와 아기를 조리원에 맡기고, 아들과 난 2주를 함께 했다. 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와 돌아다닐만한 곳은 없었고, 주로 집에서, 집 앞 놀이터에서, 놀이터 옆 편의점에서, 편의점에서 다시 집 앞 놀이터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단조로운 보드게임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예전보단 더 친밀해져서, 5살 된 아들과 밤이면 서로 꼭 껴안고 잔다. 이것도 내가 출근하기 시작하면, 그러니까. 외부 환경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어렵겠지 하며, 매일같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껴안았다. 내가 PCR 검사를 받은 건,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던 첫날부터다.


  온라인으로 출생신고서를 제출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둘째 아이의 주민번호가 발급되지 않는다. 꾸역꾸역 행정복지센터 전화번호를 검색,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공무원은 다른 곳으로 전화를 돌렸고, 또다시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출생신고를 했는데, 아직 주민번호가 발급되지 않아서 연락을 드렸고, 이전 직원분이 여기로 연결해 주셨는데, 여긴 어디예요?, 구구절절 사정을 읊었다. 「저희 쪽에서 확인이 늦어서요..」 알겠으니 서둘러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양육수당 외에 더 신청해야 할 사항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어서 대답할 수 없다며, 전화번호를 남겨달라고 했다. 오후 늦게야 연락이 왔다. 자신이 아동 수당 담당자라고 했다. 또 사정을 읊으려는 찰나에, 그녀는 그냥 오라고 했다. 「네?」하고 물었더니, 「인터넷으로 되는 것도 있고, 직접 오셔서 신청하셔야 되는 것도 있어서. 웬만하면 그냥 오세요」. 전 세계에서 전자정부를 가장 잘하는 나라. 가장 뛰어난 인프라를 갖춘 나라가 이 정도다.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에는 한없이 불편하니 ‘디지털 고려장’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고, 젊은 세대에겐 어정쩡하게 디지털화된 서비스는 오히려 번거롭다. 휴가를 냈다. 주민센터, 아. 또 바뀌었지. 행정복지센터에서 아기에게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다. 한참을 기다렸다. 서류를 들고 가니 빠진 부분을 다시 채워오라고 했다. 또 기다렸다. 제출을 했고, 처리가 됐다. 거의 1시간이나 걸렸다. 이것저것 포함하면 한 달에 몇 십만 원 정도 지원된다고 했다. 병원에선 아이에게 더 좋은 분유를 먹이려면 신청하라고 했다. 배꼽에 더 순하고, 흉터를 방지하는 소독약과 신생아 유산균은 추가로 구매해야 했고, 아내의 염증을 방지하는 주사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출산과 조리에만 몇 백만 원이 필요했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부족했다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이는 좋은 분유, 유산균을 먹지 못해 평생 동안 면역력이 약한 상태로 살아야 했을 테고, 아기와 아내의 흉터는 꽤 오래 궁핍함을 상기시키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동수당 신청을 끝내고 어정쩡한 오후에 집에 왔는데, 웬일인지 어린이집에 갔던 첫째가 집에 와 있었다. 아들의 어린이집 가방에는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그동안 우리 어린이집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20년 동안 몸담았던 보육 현장을 이렇게 떠나게 되어 섭섭한 마음이 큽니다. 언제 저희를 믿고 소중한 귀댁의 자녀를 맡겨주신 학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며, 갑작스레 폐원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내일부턴 강제 휴가다.     


  『작년도 0.84였던 합계출산율이 또 떨어졌습니다. 이젠 0.81명입니다. 인구감소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정말 큰일입니다.』     



  # 희망찬 열린사회를 위협하는 그 적들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데, 출산은 예전보다 더 큰돈을 필요로 한다. 공부할 아이가 없으니, 지방의 대학부터 학교는 서서히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교원 정원도 줄어든다. 게다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줄어드는 마당에 노인의 빈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탓에 모든 세대가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자본의 대물림 과정은 더욱 견고해졌고, 수 백 년간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해져 버렸다. 국민연금 고갈은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과 앞으로 연금을 내는 사람 모두에게 공포다. 윈윈(Win-Win)이 성립될 수 없는 게임에선 지금 당장 행복하기 위해 연금제도까지는 손대지 않기로 한다. 카르페 디엠! 미래의 걱정은 미래의 세대가 극복해 내리라 믿으니까. 새마을 운동처럼, IMF 금 모으기처럼, 우린 계속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여러모로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신생아가 미래고, 희망이자, 기둥이고, 돈벌이이자, 안전망이다. 지금의 일자리나 연금의 문제는, 아기만 많이 낳으면 해결되다면서 오히려 문제는 결혼하지 않는 이들과 딩크족이라고, 열린사회의 적들이라고 규정한다.


  아내는 4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휴직을 시작했다. 내가 같이 휴직하면 몇 개월 동안은 꽤 넉넉하게 수당을 챙겨준다고 했다. 나도 함께 가정을 챙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정작 아내가 회의적이었다. 불안하다고 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휴직하고 복직하면, 이전만큼 인정받기 힘들어, 나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남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야” 작년에 휴직했던 김대리도 올해 복직하면서 꽤나 고생했던 걸 본 터라, 아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닌 경우도 많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다던 결혼 20년 차 송 부장은 이번 달부터 난임 휴직을 시작했다. 휴직이기 때문에 성과평가도 면제해준다고 했다. 어차피 퇴직도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서 꽤나 고액 연봉을 받는 그가 휴직을 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부럽다는 시선과 얄밉다는 시선이 얽혔지만,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송 부장과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얄미운 적폐다. 가끔 송 부장의 소식이 들린다. 이번엔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단짝이었던 최부장의 소식이니 헛소문은 아닐 듯싶었다. 어제까지 롤모델은 회사 앞에 원룸 서너 개를 구매해서 작년 퇴임 이후에 임대사업자를 하시고 계시다는 박 이사님이었는데, 오늘부턴 송 부장을 내 롤모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부자가 되는 일이 옳은 일이고, 그런 옳음을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과 제도와 조직은 자신의 도구가 되어도 용인된다고 생각하는 시대다.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대의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함을 구원받았으므로 단순하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요즘 회사에선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나 어떻게 부동산을 투자해야 하는지, 그리고 대선후보와 공약에 대한 이야기만 나눈다. 예능은 철이 지났고, BTS에 열광할 나이도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오직 ‘자산’과 ‘정치’가 40대들의 유일한 유희다. 또래가 둘 이상만 모여도 우린 돈과 권력을 논한다. 누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 가구에 몇억씩 준다고 했다. 몇 해 전엔 다들 황당한 우스갯소리로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비슷한 공약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경우도 생겼다. 유튜브에선 대선 후보들이 등장해서 마치 선심 쓰듯, 이것저것을 해준다고 광고한다. 후보들의 다자 토론은 순식간에 밈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편견, 선입견, 오해가 가득 담겨있는 영상으로 편집된다. 표를 얻는 과정, 더 많이 득표한 쪽이 이기는 대결이 과연 민주적일까. 공정과 정의와 성장과 분배가 메인이고 나아가 포용과 행복과 복지가 공약의 필수 덕목인 상황에서 선택이 참 어려웠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뽑혔다. 주요 외신(워싱턴포스트, ‘22.2.8)은 이번 한국의 선가가 추문,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사건과 비판과 힐난은 있었을지언정 연기는 없었다.



  # 환경친화적으로 세상을 망가뜨리는 수 만 가지 방법     


  RE100, 그러니까 기업에서 활용하는 모든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진행되었다. 또 몇 해 전부터 빅 테크 기업들은 RE100을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고, 이제는 ESG라는 경영기법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우리나라도 많이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에서, 공공기관이나 민간 조직까지 환경 친화적이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로의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더 좋은 세상이 되는 걸까.


  대기와 환경의 오염의 주범이었던 기업이 이젠 친환경을 외친다. 또 이윤을 추구했던 자들이 사회적 가치와 공익을 논한다. 거대 자본에겐 성장과 축적 외에 목적이 순수했던 행위가 있었나 싶으면서도 생산성과 효율성, 돈. 돈. 돈을 외치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상생과 공정, 친환경에 앞장서니까. 그들의 선한 행동과 의도에 불순함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독특한 몇몇 기업들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도 친환경 에너지 아니냐며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대한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둘째가 생기니까. 지금의 준중형 자동차는 좁다.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겸사겸사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갔다. 반도체 대란으로 자동차도 대란이라고 했다. “차를 못 만들어요, 반도체가 없어서”, 작년부터 반도체가 부족했다. 코로나19로 생각지도 못하게 수요가 늘었다고 했고, 이젠 자동차 배터리도 수급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업사원은 시기상 전기차를 사는 것이 맞긴 하는데, 지금 주문하면 1년을 기다리기보단 차라리 희소가치 높고, 출고 빨리되는 디젤차는 어떠냐고 제안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세일도 더해주면, 전기차보다 최소 천만 원은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디젤이라.. 내가 고민하는 태도를 보이자, 영업사원은 디젤도 지금부터 타기 시작하면 최소한 10년은 규제에 영향 없이 탈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기름값을 생각해 보라고. 언제든지 주유할 수 있는 장점은 어쩔 것이며, 요즘은 예전과 달리 엔진이 좋아져서 공해도 나오지 않는다며 안심시켰다. ‘그래 맞아. 화석연료가 그렇게 문제면 팔 질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무심코 틀은 텔레비전에서 해외 토픽이 방영되는 중이다. 퉁가와 인도네시아에서 화산이 폭발했다는 이야기였다. 퉁가는 쓰나미 때문에 물에 잠겼고, 인도네시아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피신했단다. 이미 10년도 전에 북극에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이 물에 빠져 죽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때도 환경은 극단치의 위험에 처했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난 지금.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게, 갑자기(물론 파리 기후협약의 영향이겠지만) 환경보호, 탄소 중립이라는 전 세계적 경쟁에 불을 붙이는 중이다. 화산 폭발 소식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폭발했고, 대피했다. 피해가 심각하다. 환경오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명이다’라고 매끄럽게 교훈을 주며 마무리했다. 이어진 이야기는 기업에게 소송당한 미국의 어떤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가장 열심히 친환경으로 전환을 시도했던 기업에 대해 “너희의 친환경 정책은 모두 가짜(사기)”라는 글을 올렸던 게 화근이었다. 해당 석유 회사는 친환경 에너지로 사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해서 주목받았던 기업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회사의 가치를 불렸다.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회계장부를 조작했고, 회사의 몸집을 키웠다. 회사 회계를 담당했던 그가 폭로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친환경부터 ESG를 외쳤지만, 결국엔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하려는 친환경 사업은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석유를 팔기 위해 의미 없는 한 차례의 정제 과정을 더 거치는 게 친환경 사업의 실체였다는 점까지 내부 서류를 근거로 달아 공개했다. 기업은 자사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재빨리 검열했고, 바로 다음 날 회사는 영업방해, 내부 정보 불법 유출 등을 문제 삼아 고발했다.


  뜨끔했다. 저번 주에 내가 단톡방에 남겼던 글을 찾았다. 꾹 눌러서 삭제했다. 특정 기업을 언급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뜨끔하게 달아올랐다. 해외 토픽의 그는 10억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내가 담보대출로 3억 빚이 있으니까. 나 같은 경우는 빚만 13억이 될 수 도 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고, 무엇보다 아내가 몰라서, 정말 다행이다. 근데, 정말.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 의심이 진짜 사실이었다면 하고 가정하니 아찔했다.


     

  # 몇 가지 정리되고, 대부분은 뒤엉킨 2022년     


  3월 둘째 주,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박빙의 승부였다는 언론의 표현처럼, 초보 정치인이 이겼다는 외신의 헤드라인처럼, 아직은 약간 어수선하다. 수백 년의 성장을 진두지휘했던 화석연료가 악의 축이 되었고, 친환경 물결에 자원의 축복을 받은 콩고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원과 노동력, 심지어 인권마저 착취당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도 60만 명이 나온다. 70만, 100만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함께 미국, 중국의 싸움 역시 여전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선 전쟁이 시작됐다. 잠시 주춤했던 도시화는 여전히 맹렬하고, 전 세계적으로 도심의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치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유행이나 ‘힙’함에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이 경제의 규칙처럼 자리 잡았다. 국가에서 지역으로 결국엔 개인으로. 그래서 여전히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계속되는 세상이다.


  ‘절반’이나 성공했던 우리의 로켓은 2차 발사를 준비(6월 15일 예정)하고 있다. 디지털이라 말하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삶은 최소한 지루하진 않게 되었다. 끊임없는 정보와 소통과 동시에 편협함과 단절이 공존하는 세상. 과학이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기술 환원주의, 팍스 테크니카, 홍익 정신이 오묘하게 결합되면서도 궁색하게 ‘인간’을 위해야 한다는 옹졸한 양심이 뒤엉킨 세상. 2022년의 몇 가지는 정리됐지만, 그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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