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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둔형 최작가 Apr 05. 2022

(Fly Me to the Moon) 2번.

2022.  (Moon) 2번: 달콤함 향기에 벌떼가 꼬이듯(0331)

제2화. 달콤한 향기에 벌떼가 꼬이듯


  매일같이 당당한 그의 모습이 언론에 등장했다.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던 시절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눈을 돌리면 보이는 광고판, 회사 메일 시스템에 접속하려는 순간 로그인 버튼 위로 떠버리는 광고 팝업, 하루 종일 하늘에 떠있는 드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스팸 전파가 날라 온다. “이제 달은 대한민국입니다. 초일류 선진국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같은. 쓸데없는 광고 투성이. 공익광고와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에서 공공의 유익함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공무’라는 미명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의 정보를 무자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과격한 권력이 되었다. 유럽 어딘가(백야가 있는 나라라고 했다)였는데 모든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로 생성된 정보를 거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다고 들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아날로그 박물관이라고 불렀는데, 난 솔직히 존재하는 조차 모르겠다. 이것도 누군가의 선동일 수도 있으니까. 몇 번이나 더 무인선을 달로 쏘아 올렸다. 매번 성공했고, 이렇게 안정적으로 우주산업을 추진하는 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이는 또다시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그의 산하 기관과 또 그곳에 관련된 항공우주 기업들과 그들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받는 크레이터와 블로거와 언론이, 정말 쉴 새 없이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정보를 무자비하게 찍어냈다.


  의외로 그의 달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몇 번의 잡음을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여론은 그들의 주장이 궤변이라며 비난했다. 꽤나 청렴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진취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주장했던 계획이 이렇게나 딱딱 들어맞으니, 사업 초반에 눈에 불을 켜고 부스럼을 찾으려 했던 이들이 오히려 지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자신감의 바탕에는 생각보다, 아니 상상했던 수준을 훨씬 상회할 정도로 많은 자원이 매장되어 있음을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장량이나 위치, 채굴방법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몇몇 정부 고위층을 제외하곤 없었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철저히 대외비에 부쳤다. 물론 아무리 견고하게 밀봉된 자루라고 해도 미세하게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몇몇 중 일부는 자신의 지인 몇몇에게 정보를 흘렸고, 또 그들은 달 탐사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식을 사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해당 공무원을 해임했고, 해당 정보로 주식을 매입한 이들을 구속했다. 실로 신속하고 명확한 대처였다. 이로써 음모론을 주장하던 이들까지도 정부의, 정확히는 그의 대처와 청렴함에 찬사를 보내기에 이렀다.


  드론은 잠들지 않는다. 태양광으로 얻어지는 에너지는 달에 매장된 자원만큼이나 풍족했다. 달에도 지구와 똑같은 시간 개념을 붙이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24시간 365일을 쉬지 않고 일하는 드론 덕에 달 기지는 하루가 다르게 외연을 갖춰갔다. 달 기지는 천 개의 천공과 지구로 자원을 실어 나를 드론 보관소, 그리고 이러한 모든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최대 1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관람 소가 구축됐다. 모든 작동, 관리는 지구의 상황실에서 트윈 기반으로 이뤄졌고, 간단한 가상 관람은 누구나, 언제나 웹상으로 확인도 가능해졌다.


  의외였던 점은 관람 소에 처음으로 방문한 인간이 ‘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큰 액수를 지원하는 전자기업 회장은 영광스럽게도 달 기지를 방문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번쩍거리는 현판을 자랑스럽게 걸어놓고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던 회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던 그날, 전자 기업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가전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우주개발의 선봉에 있는 최첨단 기업으로 탈바꿈하였고, 투자 전문가들 조차 예측하지 못할 만큼 비상식적으로 상승한 주가 때문에


  그는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문자 센터 개소, 첫 번째 자원 채취, 사상 최초의 달-지구 자원 배송까지, 모든 단계와 이벤트를 놓치지 않고 인터뷰의 기회로 활용했다. 너무도 적확하게 인터뷰 일정이 잡혔고, 이벤트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그가 언론을, 그리고 달 프로젝트가 진척되는 사실 자체를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이 생기기도 했지만, 유려한 그의 말솜씨에 의심은 금시에 꺼져버렸다. 임기가 2년 정도 남은 시점엔 기업인들을 필두로 대통령 재선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시작되더니, 6개월 만에 대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청원은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은 횟수의 제한 없이, 몇 번이고 연임할 수 있다고 헌법이 개정됐다. 그의 임기말에 치러진 대선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연임이 결정되었다. 감동적인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서로를 축하하는 사람들과 이제 본격적인 경제 선진국으로의 한 발짝을 내디뎠다는 기업들의 광고, 좌우,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성별을 모두 초월한 듯 보였다. 그렇게 떠들썩한 민주주의 축제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달에선 수 천 개의 드릴이 채굴을 이어갔다.


  경제 그래프는 수직으로 치솟았다. 전 세계인들의 수요 또한 폭증했고, 우린 그저 그렇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진짜 경제 선진국, 그러니까 한 손에 꼽히는 열강 중 하나가 되었다. 이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그가 거론됐다. 달에 매장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원은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자원을 둘러싼 착취와 내전을 종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도 기대 이상으로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또한 자연스럽게, 그는 우리나라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되었다.


  달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정확히는 달에서 운영되는 로봇과 기지, 그리고 지구와 달을 오가는 무인 수송선이 작동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 총수, 정치인, 해외 명사들이 달 기지를 다녀갔고, 달 기지 한쪽 벽면이 방문자들의 사진으로 채워갈 때 즈음, 그가 처음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언론은 그의 행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에서의 10시간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기도 했다. 이렇게, 서서히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신망받는 리더로 자리 잡아갔다. 초강대국 대한민국, 수 백 년, 아니 수 천년을 외부의 침략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수동적인 동양의 예의지국이 이젠 세계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세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적적인 성장의 열쇠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달’이었고, 24시간 잠들지 않는 신산업의 역군, 무인 드론들이 우리를 매 순간보다 부강하게 만드는 중이다.


 쉴 틈 없이, 무수히 많은 국가에서 협력이나 기술 교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성과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오늘도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했던 서방의 서너 개 국가에서 협력을,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정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달에서 채굴된 자원은 고객들에게 직접 배송됐다.


  『고객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저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긴급한 기자회견이 잡혔고, 그가 운을 띄운 단어는 ‘감사하다’였다. 우리가 부유해져서, 우리가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갖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상은 우리의 고객이었고, 구체적으로 수많은 나라들과 기업, 심지어 부유한 중동의 왕족과 아프리카의 독재자들까지. 달에서 채취한 자원을 비싸가 팔아주는 이들 모두가 고마운 고객이었다. 자원 판매에 이념이나 갈등, 경계는 무의미했다.


  『감사한 고객 여러분,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으로 달 기지는 매일 10cm씩 확장하고 있습니다. 달 자원은 우리와 다음 세대까지도 풍족하게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고개를 들고 달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쉼 없이 움직이는 드론, 로봇이 우리의 머리 위에서 내려주는 은총을 지켜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십, 수백 번이나 겪은 그의 연설이 오늘따라 더 몽롱한 주문처럼 들렸다. 기대와 관심을 위한 호소, 그는 대국민 연설(물론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다)에서 몇 번이나 격려를 부탁했다.


  『오늘 국민 여러분께, 또, 전 세계에 계신 고객 분들과 미래의 고객분들에게까지 말씀드릴 사안이 있어 급하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현 시간부로 달은 대한민국의 첫 번째, 특별관리도로 지정합니다.』


  어리둥절했다. 나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영상 하단에 채팅창도 붐볐다. ‘저게 무슨 의미가 있지?’부터, ‘말장난이 계속되니까 너무 지겹다’라는 반응까지 가지각색의 당혹스러움을 수많은 이들이 표현했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달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특별히 관리하는 정식 행정구역의 지정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현재 무인으로 조성되는 달에 빠르면 올해 말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달에서의 삶. 이제 꿈이 아닙니다.』


  장난, 아니 꿈같은 말인데도 그의 진중한 태도 덕분에 실현 가능한 말처럼 들렸다. 달에서의 삶이라... 역시나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연설 이후 몇일만에 수백만의 지원자가 몰렸다. 다신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는 ‘화성 이주민’ 프로젝트에도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수치도 아니었다. 언제든지 지구를 오갈 수 있는 탐사선이 상시 준비되어 있고, 달에 도착한 인류는 말 그대로 ‘생존’만 하면 된다. 이미 1년 간의 방문객 센터 운영으로 안정성은 검증되어 있기 때문에, 말이 생존이지, 무료함, 지구가 아니라는 낯섦과 외로움을 견뎌내면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첫 번째 이주팀에게는 상당한 지원금과 함께, 달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최신식 제품이 갖춰진 개인용 침실을 제공한다고 하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지구를 떠나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선발 과정도 단순했다. 건강한 신체 그리고 우주에서의 무료함을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이 선발의 기준이었고, 나이나 성별, 심지어 국적, 범죄 이력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자나 현재 범죄사실을 조사 중인 이들까지도 달 이주민에 지원했다. 1차 서류에서 수백만, 2차 화상 면접에선 수십만으로 줄여졌고, 3차 건강검진에서 수만, 4차 실습 경쟁(말은 그럴듯하게 실습이었는데, 실상은 1주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은 상황에서의 심박수와 불안감 정도를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을 통해 수천, 마지막 가족 동의에서 수백 명으로 지원자가 추려졌다. 그 이후에도 몇 달간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의 지루함을 버티지 못하고 전체 합격자 중에 절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자진 탈락을 신청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이탈했다. 그의 발표 이후 정확히 6개월이 되는 시점에 총 295명이 최초의 달 이주민으로 선발됐다.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는 모두 27.3일이고, 달에서의 하루는 29.5일이다. 기막힌 우연처럼 최종으로 선발된 이주민의 숫자도 295명이다. 무료함. 거의 30일의 시간을 하루처럼 버텨내야 하는 달의 생활에서는 무료함을 견디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토록 지루했던 선발 과정의 핵심은 ‘인내’였다. 예상, 우려와는 다르게 선발된 이들 중에서 범죄자는 극히 드믈었다. 2~3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었고, 2~30대의 마음을 가진 4~50대 중년들이 그 뒤를 이었다. 최고령으로는 70대 할머니가 계셨고, 최연소는 17살 남자 고등학생이었다.


  “너무 아쉽고요, 하. 여러모로 너무 아쉽습니다”

  “다음에라도 또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도전하려고요, 근데 다음 도전은 있겠죠?”

  “문제가 많아요 선발과정에, 이게 뭐예요. 정치건 경제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이놈의 나란”

  “음... 실습하고 난 뒤부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끝까지 못했어요. 다음엔 꼭... 꼭...”


  인류 최초의 우주 이민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60%도 넘는 시청률이 나왔다. 특히 시청률이 높았던 구간은 실시간으로 탈락자 한 명이 인터뷰 중에 쓰러지는 게 그대로 방영된 장면에서였다. 주변에선 야단법석이었지만 쓰러진 탈락자는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아주 오랜만에 잠에든 사람처럼, 갑자기. 쓰러져서 잠들었다. 그에 대해선 정부에서도, 방송국에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어떤 누구도 문제삼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쾌유를 빕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고, 관심도 딱 끊겼다. 모든 이목은 295명에게만 집중됐다.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들은 특별히 똑똑하거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의 신체적 능력을 갖추지도 못한이들이 지금. 인류를 대표하고 있다. 평범함의 위대함. 내가 될 수도 있었고, 옆자리에 친구건 연인이건, 혹은 나보다 한참 못났다고 생각하는 이들까지도 인류의 대표가 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벅차오르는 감정이 든다고 했다.


  『최초의 달 이주민, 인류를 대표하는 295명이 최종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지원해주신 수백만의 지원자분들과 아낌없는 관심과 응원을 해주셨던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의 고객님들까지 모두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다음 달이면 인간은 달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인간에게 미약한 한 걸음이 인류에게 거대한 도약이 되었던 순간부터, 우리가 꿈꿔온 우주에서의 삶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감사합니다. 환호해 주십시오. 우리가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달 정착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에서도 이처럼 의견이 일치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신속하게, 몇 주 지나지 않아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10월 31일, 인류 최초로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 삶을 시작하는 날. 즉, 인간이 하늘을 다스리게 된 날이라는 의미로 통천절(統天節)은 2035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경절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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