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3부 7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음 날 아침,
나는 왠지 교실 문턱에서부터 조심스러워졌다.
어제 그 결투 장면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무덤 잔디밭 위에 둘러선 아이들,
주먹을 쥐고 서로를 바라보던 두 친구,
말없이 맞서다 엉켜 넘어졌던 그 장면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선생님 귀에 들어간 건 아닐까?
싸운 둘은 어제 일로 얼굴을 붉히지는 않을까?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 일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도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수학 공책을 펴고,
돌려본 숙제를 조용히 제출했고,
종이 울리면 자동처럼 책상 앞에 앉았다.
그 둘—동철이와 상희.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두 사람조차
평소처럼 장난을 쳤고
점심시간엔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운동장으로 축구공을 들고나갔다.
싸움이 있었던 게
그저 한바탕 땀 흘리는 운동 같았나 보다.
지켜본 내가 더 놀라고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반 남자아이들 사이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다투고,
그 나름의 방식으로 화해하는 법이 있었던 거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공을 차며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속으로 안심했다.
아이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넓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는구나 싶었다.
누군가는 싸움이라고 했지만
누군가는 놀이처럼 받아들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시절, 그 교실,
그 반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눈으로는 다 들여다볼 수 없는
작고도 단단한 질서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그 일을 잊었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도 잊은 듯 지냈다.
문희는 그날 이후로도
매일 내게 웃으며 반겨줬고
우리는 또 어떤 놀이를 할까 머리를 맞대곤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 가을의 교실은
햇살이 비치던 창가,
검은 칠판 가득히 적힌 받아쓰기 단어,
그리고 가끔,
멋쩍게 웃으며 축구공을 찼던
동철이와 상희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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