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팔아버린 교회 땅
교회 땅을 팔고 난 뒤,
아빠는 무척이나 억울해하셨다.
엄마는 그 마음을 이해는 하셨지만,
그 억울함이 매번 집안싸움의 시작이 되었다.
“그 좋은 땅을 왜 그렇게 팔아버려요?”
엄마는 화가 날 때마다
그 얘기로 아빠를 몰아세우셨다.
아빠는 말이 없으셨다.
고개만 떨군 채, 마당 끝을 오래 바라보셨다.
그 땅은 우리 부모님이 가진 것 중
가장 좋고, 가장 넓고, 가장 값어치 있던 땅이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기댈 수 있는, 그런 터였다.
그 땅이 팔리고 교회가 들어선 뒤부터
아빠는 교회를 싫어하셨다.
그 교회에 발도 들이지 않으셨고,
누가 그 교회 다닌다고 하면 말없이 돌아서셨다.
설교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지는 주말 아침이면
아빠는 괜히 일거리를 찾는 척,
괭이를 메고 들로 나가셨다.
엄마는 그게 못마땅하셨다.
“믿음은 저 멀리 가고, 팔아먹은 땅만 남았네.”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아빠는 숟가락을 조용히 놓고 밖으로 나가셨다.
그 땅은 그저 돈 몇 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애착과 희망, 미래를 담은 곳이었다.
그 땅 위에 교회가 들어선 지금,
누군가는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삶의 답을 찾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아쉬움으로, 서운함으로,
그리고 그늘진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그 교회를 지나칠 때마다
아빠의 등을 떠올린다.
말없이 한참을 마당 끝에 앉아 있던 그 등.
교회 종소리를 듣지 않으려
라디오 볼륨을 키우던 아빠의 손길.
그리고 엄마의 반복되는 한숨.
세월이 흐르고,
지금은 그 교회 앞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지만
마음 깊은 어딘가엔
아직도 풀리지 않은 한 조각이 남아 있다.
그 땅은 팔린 게 아니라,
그때 그 마음까지 팔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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