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골목을 걷다

24화

몰래 다닌 교회


아빠와 엄마는 그 땅 때문에

평생을 두고 마음의 골이 깊었다.

화해하는 듯하다가도

그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다시 언성이 높아졌다.

엄마는 아빠를 원망했고,

아빠는 늘 미안하단 얼굴로 침묵하셨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달라졌다.

일요일이면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이

홍원교회로 향했다.

아이들은 교회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고,

어른들은 성가를 부르고 예배를 드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교회가 우리 집 땅 위에 세워졌다는 걸.

엄마의 한숨도,

아빠의 묵묵한 등도,

다 그 땅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그래서 처음엔

교회 가는 아이들이 부러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멀찍이 돌아가곤 했다.

괜히 죄짓는 기분이 들었고,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데도,

어느새 일요일 아침이면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모님이 허락한 적도 없었지만

굳이 가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아빠는 그냥 라디오만 켜셨다.


아이들은 모두 그 교회를 중심으로 모였다.

성경책보다 더 중요한 건

그곳에서 나눌 비밀과 웃음, 놀이터 같은 예배당이었다.

나는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따라갔고,

이내 그 풍경 안에 스며들었다.


찬양을 따라 부르진 못했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하는 간식 시간,

그리고 다정한 손길들이

그땐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몰래 다닌 교회.

그곳은 내가

조금 더 어른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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