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4화

금은이네 집, 여자들의 세계


금은 이

잘 웃고, 점잖고, 말도 곱게 하던 아이였다.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친구.

조용하지만 속은 단단하고

늘 주변을 살피며 남을 먼저 배려했다.


금은이네 집엔

딸이 일곱이나 있었다.

그중 금은 이는 셋째.

처음 들었을 땐

“진짜? 딸이 일곱이나 된다고?”

속으로 놀랐지만,

막상 금은이네 집에 가보니

그 모든 조화가 참 따뜻했다.


난 금은이네 집이 너무 재미있어서

기회만 되면 놀러 갔다.


조용한 집안에

여자들만 모여 있는 분위기는

뭔가 다정하고, 부드러우며,

서로 간에 눈짓만으로도 통하는 듯했다.

큰언니가 동생의 머리를 묶어주고,

둘째 언니가 조용히 바느질을 하고,

막내들은 웃으며 장난을 쳤다.


나는 그 모습이 참 신기했다.


내겐 남동생이 둘 있었다.

그 무렵, 나와는 점점

다른 놀이, 다른 관심사를 갖는 시기였다.

어린 시절엔 그저 함께 뛰어놀기만 했는데

이젠 무얼 좋아하는지도 달랐고,

말을 해도 통하는 게 달랐다.


그래서인지

딸만 있는 금은이네 집이

마냥 신기하고 부러웠다.


금은이네 집 앞엔

작은 구멍가게도 있었다.

엄마가 보리차를 사러 보내신다거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을 사 먹으러 들르던

그 자그마한 공간.


난 그 가게가 참 좋았다.


가게 앞 평상에 앉아

금은이랑 함께 사탕을 나눠 먹기도 하고

누가 더 예쁜 색 연필을 갖고 있는지

자랑도 하면서 노는 시간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금은이 엄마는

아이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분이었다.

말이 많진 않았지만,

눈빛은 따뜻했고,

우릴 보면

그저 “잘 놀아라” 하고 웃으셨다.


금은이네 방은

언제나 단정했다.

책상 위엔 언니들이 보는 잡지와 교과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창틀엔 잘 말린 고무줄이나 리본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풍경들이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가끔은

내가 금은이네 집 딸 중 하나였으면,

하는 상상도 했다.


저녁이 가까워져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딸만 있는 집도 좋겠다…”

그 말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날들을

비밀처럼 마음 한 구석에

조용히 넣어두었다.


내가 부러워했던

그 여자들만의 다정한 세계.


그 속에서

나도 소곤소곤,

그리움의 목소리를 하나

배워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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