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8화. 풍금 아래 작별

8화. 풍금 아래, 작별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모두가 오전반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던 어느 날.

드디어 새 교실이 완공되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날 아침, 현영 선생님은 아이들이 다 오기 전부터 풍금을 치고 계셨다.


오늘은 우리 학년이 8시까지 등교해야 하는 날이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낯선 풍금 소리가 먼저 가슴을 두드렸다.

아직 채 밝지 않은 교실 안, 조용한 풍금 선율이 떠돌고 있었고,

그날따라 선생님의 모습도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 보였다.


칠판엔 조용히 한 문장이 채워지고 있었다.

‘노랗게 물든 말, 작별.’


그 문장을 본 순간,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저릿해졌다.

선생님은 풍금을 멈추고, 그 글씨 아래 가사를 덧붙이기 시작하셨다.

그리고는 그 낯선 가사를 우리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누군가와 작별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면서,

그저 가르쳐 주신 대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러다 어느새, 한 줄 한 줄 부를수록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군가는 책상에 엎드려 울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흐느꼈다.

왜 그토록 슬펐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노래가 점점 익숙해질 무렵,

선생님은 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하셨다.

우린 조금씩 고개를 들고 선생님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반쯤 이름이 불렸을 때,

선생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5학년은 1반, 2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합니다.

1반은 이 교실, 2반은 새로 지어지는 교실이에요.”


그 말이 끝나자, 교실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어제까지 옆자리에 앉아 웃고 떠들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걸,

그제야 모두가 온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날의 울음은 진짜 작별의 울음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대성통곡했고, 선생님도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만 계셨다.


나는 2반이었다.

그 말 한마디가 어쩌면 내 어린 마음엔 한 시절의 끝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풍금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디선가 작별의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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