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12화. 시를 쓰는 아이

12화. 시를 쓰는 아이

김선태 선생님은 시 짓는 시간을 참 자주 열어주셨다.

그 수업이 시작되면 교실은 조용하지만 은근히 분주해졌다.

모두가 칭찬을 받기 위해, 몰래몰래 연구의 연구를 거듭했다.

책상 밑에 숨긴 공책에는 조심스럽고도 진지한 문장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시를 낭독하는 시간.

그건 단순한 발표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마음을 꺼내어 서로에게 보여주는 진짜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시인이 되었고,

조그만 이야기꾼이 되어 교실을 울리고 웃겼다.

그중에서도 단연 빛났던 아이는 승신이었다.


승신이는 시를 참 잘 썼다.

시의 말맛이 좋았고, 읽는 목소리는 또 얼마나 또렷하고 감정이 깊었는지

아이들도, 선생님도 늘 승신이의 글을 기다렸다.


나는 승신이를 몰래 부러워했다.

그 애처럼 시를 잘 짓고 싶었고,

사람들 앞에서 조용히 빛나고 싶었다.


혼자 있을 땐, 승신이의 말투와 억양을 흉내 내보기도 했다.

시를 쓸 땐 괜히 글 연습 안 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진심을 다해 문장을 고르고 또 고쳤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승신이의 글을 먼저 좋아했다.

나는 늘 뒤에서 조용히 박수를 치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선태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이번엔 네가 쓴 시를 한 번 읽어볼래?”


나는 깜짝 놀랐고,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다.


하지만 속에서는 작은 폭죽이 팡, 하고 터지는 것 같았다.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나는 너무나 기뻤다.


그 순간,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김선태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알아봐 주셨다는 게

참말로, 참말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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