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마음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마음〉
시 낭독 시간이 끝났을 때, 김선태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미숙이 시는 따스하네. 참 잘했어요.”
순간, 심장이 한 번 크게 두근 했다.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고, 손끝이 살짝 간지러웠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며 고개를 푹 숙였지만,
속으로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새겼다.
‘따스하네… 참 잘했어요…’
그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그건 꼭, 내가 쓴 시의 마음까지 알아봐 준 것 같은 다정한 위로였다.
어떤 날의 내가 조용히 문장 속에 숨겨둔 속마음을
선생님이 알아채고 손을 얹어준 듯한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글을 또 쓰고 싶어졌다.
전에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무용수도 되고 싶었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예쁜 언니처럼도 되고 싶었고,
멋진 옷도 입고 싶고, 서울 구경도 가고 싶고,
그림도, 노래도, 미용도 다 좋아했다.
어쩌면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매일 바뀌는 아이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딱 하나,
계속해서, 끝까지 해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글쓰기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마음속 깊은 데에 나만 아는 조용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마음을 문장으로 만들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로 옮기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를 쓸 땐 괜히 글 연습 안 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진심을 다해 문장을 골랐고,
승신이처럼 글을 잘 쓰고 싶어 몰래 억양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내 시를 선생님이 직접 읽어보라 하셨을 때,
나는 비로소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수줍고 쑥스럽지만 기뻤던 그날.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 마음을 진짜로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직도 나와 함께 있다.
수십 년이 흐르고 나서도,
그날 선생님의 한마디는 여전히 내 가슴속에서 따뜻하게 살아 있다.
마치 그 시절의 햇살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