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22화. 올림픽과 붐붐붐

22화. 올림픽과 붐붐붐

“야, 어제 양궁 봤어?”


“응! 장 선수 진짜 멋졌어! 눈빛 봤어?”


점심시간 교실 안은

조용한 올림픽 중계 화면과 달리

웅성거림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누구는 태권도 얘기,

누구는 체조 선수가 공중에서 도는 장면,

누구는 남자 배구팀이 이겼다며

온몸으로 흉내까지 내고 있었다.


윤하는 체육 시간에도 흥이 넘쳤고

책상 위에 올라가 소방차 춤을 추며 외쳤다.


“‘그녀에게 전해줘~ 사랑한다고~~’ 붐붐붐!”


하영이가 웃다가 조용히 말했다.

“근데 난 김완선 언니가 최고야.

그 춤선 봤어? 노래도 정말 빠르고 세련됐어.”


“나도! 나도!”

나는 얼른 끼어들었다.

“‘리듬 속의 그 춤을~’ 이거 진짜 중독성 있어.”


그 시절, 우리의 책상 속엔

하이틴 소설 옆에

스타들의 흑백 사진이 끼워져 있었고

필통 안엔 아이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근데 난 이상은 언니 노래 듣고 울었어.”

지유 언니가 말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담다디도 좋지만, ‘언젠가는’ 들으면

그냥… 가슴이 이상하게 찌르르해.”


우린 그걸 알 것 같았다.

올림픽처럼 시끄럽고 밝은 날 속에서도

마음 어딘가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슬픈 구석이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혼자 이어폰을 꽂고

카세트테이프를 눌렀다.


박남정의 ‘널 그리며’,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김완선의 ‘피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가사 하나하나에 마음이 꽂혔다.


텔레비전은 연일 올림픽 경기 결과를 전했고

거리마다 깃발이 펄럭였지만,

우린 그 와중에도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우리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우리만의 소소한 무대를

조용히 펼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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