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3부 17화
4 지구의 초저녁
4 지구에는 또래 아이들이 참 많았다.
어디선가 누가 휘파람만 불면
서너 명이 골목 모퉁이에서 튀어나오고,
누가 뛰어가면 그 뒤로 열 명이 따라붙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마을’이었다.
함께할 친구가 많다는 건
곧 놀이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었다.
딱지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 땅따먹기,
비사치기, 고무줄놀이, 다방구...
어떤 날은 골목 어귀마다
서너 개의 놀이판이 동시에 벌어졌고,
우리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다.
누구 한 명이 심심할 틈이 없었고
또래 아이들끼리 편을 가르기라도 하면
그 순간부터는 마치 작은 운동회가 된 듯
진지하게 달리고, 뛰고, 소리쳤다.
“한 판 더 하자!”
“안 돼, 지금 너 졌어!”
“아니야! 다시 해!”
이런 말싸움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놀이의 일부처럼
우리는 웃으면서 지나갔다.
초저녁이 되어도
아무도 집에 갈 생각이 없었다.
누구의 엄마가 마당에 나와
“이제 집에 들어와라!”
소리쳐야 그제야 아이들이 슬슬 흩어졌다.
어떤 날은 그런 소리조차 없으면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온 동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로 가득 찼다.
그 시절의 나는
이 마을이 너무나 부러웠다.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들끼리
학교에서 함께 놀다가
집 근처에서도 또 모여 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나는 알았다.
우리 마을은
나처럼 산길을 넘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학교가 끝나면 각자 흩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4 지구 아이들은
하교 후가 또 하나의 놀이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 동네 아이들과 더 자주 어울렸고
어느새 그 무리 속에
익숙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문희, 명자, 서영, 희수…
그리고 이름보다 얼굴과 웃음소리가 먼저 기억나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한 4 지구의 초저녁은
마치 작은 축제 같았다.
날이 저물기 직전,
해가 지고 골목마다 그림자가 길어지면
우리는 조금씩 아쉬운 표정으로
각자의 집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또 “내일도 하자!” 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날의 작별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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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4 지구의 골목엔
아이들의 웃음과 발소리,
장난과 수다가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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