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학교 가는 길 마음 가는 길

17화 따틋한 겨울을 위한 준비


《따뜻한 겨울을 위한 준비》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부, 제17화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한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던 시절.

우린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또다시 산으로 향했다.

놀이나 마찬가지였던 그 일은

가족의 겨울을 위한 진지한 준비이기도 했다.


커다란 포대 자루를 하나씩 들고

아이들끼리 짝을 지어 산에 오른다.

이번엔 나와 남동생,

그리고 동네의 또래 남자아이들이 함께였다.

상숙이, 정숙이, 현미는

나무하러 가는 일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난 다르다.

남동생들을 데리고 가야 했고

그 아이들을 챙기는 건 어쩐지

내 몫이라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다.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편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나는 앞장섰다.


솔잎이 많은 산이었다.

기분 좋은 송진 냄새가 솔솔 풍기고

쌓인 솔잎을 긁어모으면

금세 내 키보다 큰 자루 하나가 가득 찼다.

자루 하나를 채우면

또 다른 친구들의 자루도 도와 채워주고

그렇게 넷다섯 개의 자루가 묵직해질 즈음엔

우린 땀에 절어 있었지만

어깨는 으쓱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포대 자루는 어깨보다 크고 무거웠지만

어쩐지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그건 단순히 솔잎을 모은 게 아니라

우리 집의 따뜻한 겨울을

하나씩 모아 오고 있는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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