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샌드위치를 들고 밭으로 갔던 날
20화. 샌드위치를 들고 밭으로 갔던 날
엄마는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참 좋아하셨다.
학교에서 실습 시간에 처음 만들어 본 샌드위치.
두 장의 빵 사이에 삶은 달걀과 감자,
케첩과 마요네즈를 조심조심 바르던 그 순간,
나는 왠지
대단한 음식을 만든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엄마는 장에 다녀오실 때면
식빵을 꼭 한 봉지 사 오셨다.
“우리 미숙이 샌드위치 만들어 먹으라고.”
그러면서
버터며 케첩, 마요네즈 같은 것도
하나둘씩 부엌 찬장에 쌓이기 시작했다.
당시 시골에서
식빵은 그리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 집도 보통은
쌀밥, 보리밥, 고구마, 국수 같은 것이 주식이었으니
식빵을 산다는 건
어쩌면 작은 사치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기꺼이 그 사치를 허락하셨다.
내가 요리를 하는 것이
기특하고 대견하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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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는
어린 내가 잘할 수 있는 요리였다.
달걀은 언제나 집에 있었고,
감자는 장독대 옆 바구니에
항상 몇 알씩 무심히 담겨 있었다.
버터와 케첩만 있으면
언제든 금세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남동생들과 함께 만들기도 했고,
가끔은 혼자서
샌드위치를 여러 개 싸서
밭에 계신 부모님께 들고 가기도 했다.
조심스레 싸서
고무줄로 묶은 봉지를 들고
먼 들길을 걸어가
엄마와 아빠가 일하는 밭둑에 도착하면
엄마는 언제나
손을 털며 달려오셨다.
“이걸 네가 싸왔어?”
“응, 감자랑 계란 넣었어. 맛있을 거야.”
엄마는
그걸 한입 드시고는
입 안을 몇 번 오물거리다
조용히 웃으셨다.
그 웃음은
내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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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나는 밭으로 샌드위치를 들고 가는 일이
왠지 뿌듯했다.
마치 내가 가족을 돌보는
작은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동생들은
샌드위치 안에 감자가 더 많다며
서로의 것을 들여다보며 웃기도 했고,
나는 그런 모습이 좋아
자꾸 더 만들고 싶어졌다.
엄마가 좋아해 주시니까.
아빠가 “오, 맛있네” 하시니까.
그 한마디에 나는
그 작은 요리를
내 온 마음을 담아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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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샌드위치는
단순한 한 끼의 간식이 아니었다.
엄마의 기쁨이 되었고,
나의 자존심이 되었고,
가족 사이에 오가는
작은 마음의 선물이 되었다.
지금도 식빵을 보면,
그 시절 내가 만들던 샌드위치가 떠오른다.
고운 달걀노른자와
포슬포슬한 감자,
달짝지근한 케첩 냄새,
그리고 엄마의
그 따뜻한 눈웃음까지.
모든 것이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내 인생 첫 번째 요리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