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19화. 운동장에 울려 퍼진 박수소리

19화. 운동장에 울려 퍼진 박수소리

학교생활은 어느새 바쁘게 흘러갔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고,

교실 안의 웅성거림도, 복도 끝 창문 너머 풍경도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익숙한 발소리와 함께

내 하루가 또박또박 움직였다.


1988년,

그해 서울은 아주 특별했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가 이 도시의 공기를 흔들고 있었고

학교 안팎에서도 그 분위기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체육시간,

운동장엔 아이들의 구령 소리가 매일 울려 퍼졌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올림픽 개회식을 위한 율동 연습을 매시간 했다.

담임 선생님도, 체육 선생님도 진지했다.

“이건 서울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이야!”

그 말에 교실 안 아이들의 얼굴엔

자랑스러움과 피곤함이 엇갈려 떠올랐다.


우리는 두 가지 율동을 연습했다.

하나는 하얀 장갑을 끼고 손을 흔드는 박수 율동,

또 하나는 컬러천을 머리 위로 펼치는 퍼포먼스였다.

멀리서 보면 물결처럼 보이게 하려고

줄을 맞추고, 박자를 익히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손끝에 힘을 주는 게 잘 되지 않아

몇 번이나 선생님께 지적받았지만,

하영이와 윤하가 옆에서 손을 맞춰주며

“같이 해보자!”

하고 응원해 줘서 조금씩 나아졌다.


운동장에는 온통 아이들로 가득했고,

해가 비추면 손에 낀 하얀 장갑이 반짝였다.

운동화 발뒤꿈치가 흙먼지를 일으킬 때면

나는 내가 진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체육시간이 끝난 후

교실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저마다 땀에 젖은 얼굴로

“진짜 우리 TV에 나올까?”

“엄마가 꼭 본다고 했어.”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나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특별하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던 것 같다.


나는 매일 조금씩,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의 리듬에 맞춰

몸과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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