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21화.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올림픽 개회식은
생각보다 더 화려했고,
생각보다 더 웅장했다.
이모는 식당 문을 일찍 닫았다.
“오늘은 쉬자. 이런 날은 역사야.”
오빠는 학교 친구들과 TV를 본다고 나갔고,
이모와 나는 좁은 거실에 나란히 앉았다.
티브이 화면 가득,
수많은 나라의 국기와 선수들이 입장하고
사람들은 기립해 박수를 쳤다.
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이게… 서울에서 하고 있는 거예요?”
하고 중얼거렸다.
이모는 내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그래. 바로 너 사는 도시에서.
그러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이런 날 다시는 못 봐.”
그 순간부터
나는 정말 숨도 쉬지 않고 화면을 봤다.
올림픽 불꽃이 타오르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그 불빛은 서울 밤하늘을 가르며 올라갔고,
모든 게 찬란했다.
며칠 뒤부터는 식당 구석 작은 TV에서
하루 종일 올림픽 경기가 흘러나왔다.
양궁, 유도, 체조, 탁구, 배구…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몸을 낮추는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숨을 들이마셨고,
공이 네트를 넘을 때마다
가슴도 같이 튀어 올랐다.
“우리나라 금메달이야!”
누군가 외치면 식당 안 손님들까지 환호했고
나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어떤 경기는
지고, 넘어지고, 눈물짓는 장면으로 끝났다.
그 장면이 내겐 더 오래 남았다.
국기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선수의 얼굴은
어린 나에게 너무나 큰 진심처럼 보였다.
나는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엄마, 나도 나중에 저렇게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까.”
텔레비전 속의 세상은 멀리 있었지만
그날따라 그들의 숨소리, 고요한 집중,
그다음 순간의 함성이
정말 가까이 들렸다. 21화.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올림픽 개회식은
생각보다 더 화려했고,
생각보다 더 웅장했다.
이모는 식당 문을 일찍 닫았다.
“오늘은 쉬자. 이런 날은 역사야.”
오빠는 학교 친구들과 TV를 본다고 나갔고,
이모와 나는 좁은 거실에 나란히 앉았다.
티브이 화면 가득,
수많은 나라의 국기와 선수들이 입장하고
사람들은 기립해 박수를 쳤다.
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이게… 서울에서 하고 있는 거예요?”
하고 중얼거렸다.
이모는 내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그래. 바로 너 사는 도시에서.
그러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이런 날 다시는 못 봐.”
그 순간부터
나는 정말 숨도 쉬지 않고 화면을 봤다.
올림픽 불꽃이 타오르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그 불빛은 서울 밤하늘을 가르며 올라갔고,
모든 게 찬란했다.
며칠 뒤부터는 식당 구석 작은 TV에서
하루 종일 올림픽 경기가 흘러나왔다.
양궁, 유도, 체조, 탁구, 배구…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몸을 낮추는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숨을 들이마셨고,
공이 네트를 넘을 때마다
가슴도 같이 튀어 올랐다.
“우리나라 금메달이야!”
누군가 외치면 식당 안 손님들까지 환호했고
나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어떤 경기는
지고, 넘어지고, 눈물짓는 장면으로 끝났다.
그 장면이 내겐 더 오래 남았다.
국기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선수의 얼굴은
어린 나에게 너무나 큰 진심처럼 보였다.
나는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엄마, 나도 나중에 저렇게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까.”
텔레비전 속의 세상은 멀리 있었지만
그날따라 그들의 숨소리, 고요한 집중,
그다음 순간의 함성이
정말 가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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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올림픽과 붐붐붐
“야, 어제 양궁 봤어?”
“응! 장 선수 진짜 멋졌어! 눈빛 봤어?”
점심시간 교실 안은
조용한 올림픽 중계 화면과 달리
웅성거림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누구는 태권도 얘기,
누구는 체조 선수가 공중에서 도는 장면,
누구는 남자 배구팀이 이겼다며
온몸으로 흉내까지 내고 있었다.
윤하는 체육 시간에도 흥이 넘쳤고
책상 위에 올라가 소방차 춤을 추며 외쳤다.
“‘그녀에게 전해줘~ 사랑한다고~~’ 붐붐붐!”
하영이가 웃다가 조용히 말했다.
“근데 난 김완선 언니가 최고야.
그 춤선 봤어? 노래도 정말 빠르고 세련됐어.”
“나도! 나도!”
나는 얼른 끼어들었다.
“‘리듬 속의 그 춤을~’ 이거 진짜 중독성 있어.”
그 시절, 우리의 책상 속엔
하이틴 소설 옆에
스타들의 흑백 사진이 끼워져 있었고
필통 안엔 아이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근데 난 이상은 언니 노래 듣고 울었어.”
지유 언니가 말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담다디도 좋지만, ‘언젠가는’ 들으면
그냥… 가슴이 이상하게 찌르르해.”
우린 그걸 알 것 같았다.
올림픽처럼 시끄럽고 밝은 날 속에서도
마음 어딘가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슬픈 구석이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혼자 이어폰을 꽂고
카세트테이프를 눌렀다.
박남정의 ‘널 그리며’,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김완선의 ‘피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가사 하나하나에 마음이 꽂혔다.
텔레비전은 연일 올림픽 경기 결과를 전했고
거리마다 깃발이 펄럭였지만,
우린 그 와중에도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우리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우리만의 소소한 무대를
조용히 펼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