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23화. 담다디, 리듬 속의 그 춤을

23화. 담다디, 리듬 속의 그 춤을

장기자랑 연습은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시작됐다.

누군가 가지고 온 빨간색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이 울려 퍼졌다.

빠르고도 강렬한 비트.

그 위에 맞춰 다섯 명의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팔을 뻗고, 허리를 꺾었다.


그중 윤하도 있었다.


“여기 팔 각도 봐야 돼! 완선 언니는 이렇게 꺾잖아!”

윤하가 말하며 손목을 꺾자

하영이가 웃으며 따라 했다.

“근데, 우리 이대로 장기자랑 나가면 상 받는 거야?”


뒤편에서는 또 다른 무리가

이상은의 **〈담다디〉**를 틀고 연습 중이었다.

통 넓은 청바지에 흰 셔츠를 매무새처럼 묶은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흙바닥을 디뎠다.

리듬은 단순했지만 몸짓은 생기 넘쳤다.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 담~”

노랫말은 의미보다 리듬이었다.

같이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해낸 듯한 웃음이 피어났다.


나는 구경만 하며 벽에 기대앉았다.

햇살에 반사된 먼지가 하늘을 부유했고

아이들의 땀 젖은 머리가 반짝거렸다.


“선영아, 너도 해봐! 담다디 춤 추기 쉽다?”

윤하가 나를 끌었다.


나는 움찔했지만 결국 다가가서

살짝 어깨를 들썩였다.

익숙하지 않은 박자,

어색한 발동작.


하지만 잠깐 동안,

서울이 낯설지도 않았고

중학생이 되는 게 두렵지도 않았다.


“너 잘하는데?”

하영이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기운을 얻어

조금 더 흔들어보았다.

노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고

아이들의 박수는 한 박자씩 빨라졌다.


그날 운동장에는

누가 더 멋있고,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땀 흘리고 웃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담다디,

그 단순한 반복 안에서

나도 조금씩 서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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