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25화. 엄마의 품 이모의 품

25화. 엄마의 품, 이모의 품

전화기는 분식집 한쪽,

커튼으로 살짝 가려진 공간에 있었다.

동전을 넣고 숫자를 누르며

나는 마음속으로 미리 할 말을 정리했다.


“엄마, 나 선영이야… 잘 지내?”


어색하게 말을 꺼내자

수화기 너머 익숙한 숨소리가 들렸다.


“엄마, 언제 와? 언제 이사와?

약속했잖아, 겨울 지나면 바로 오기로…”


목소리가 점점 떨리더니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투정처럼 쏟아낸 말들,

그건 사실 그리움이었다.


아빠가 바꿔서 “선영아?” 하고 부르는 순간,

울컥.

말은 끊겼고, 울음이 먼저 흘러나왔다.

“아빠… 보고 싶어…”


전화기 너머에서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울음을 듣고 있다가

이윽고 말했다.


“엄마도… 선영이 매일 생각해.

이모한테도 고맙고, 선영이도 정말 대견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 집 거의 다 알아봤어.

늦가을엔 꼭 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엄마는 내 마음을 다 아는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분식집 카운터로 돌아오니

이모가 따뜻한 국물을 내밀며 웃었다.

“울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모는 가만히 내 등을 쓸어주었다.


이모의 손은 엄마랑 닮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다르다.

엄마의 손은 나를 꼭 껴안아 감싸주는 느낌이라면

이모의 손은 조용히 등을 두드리며

‘잘하고 있어’ 하고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


서울살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친구도 생기고, 오빠도 있고,

가끔은 웃을 일도 많았다.


그런데,

문득문득 엄마 품이 너무 그리웠다.

그 따뜻하고 말없이 감싸주는 냄새.

이모의 된장찌개도 좋지만

엄마의 된장찌개는… 그냥 더 좋았다.


그래도 이모의 등 두드림은

잠시 엄마를 떠올리게 해 줘서

나는 그게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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